채찍질당하는 말을 감싼 니체 작고하기 얼마 전, 베스트셀러 작가 이어령은 토리노의 말 사건을 실제로 있었던 일로 간주하며 이렇게 말했다. 말을 때리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인간이 그렇게 말을 때릴 수 있는 데는 이미 말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 개재되어 있다. 왜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느냐고 개탄하기 이전에, 자기 현실이 결국 현실에 대한 해석임을 인정하는 일, 자기 해석이 유일한 해석이 아님을 인정하는 일, 특정 해석이 시대와 맺는 관계를 질문하는 일, 어떤 해석도 영원하지 않음을 감내하는 일, 해석을 강제당하기 전에 해석을 스스로 구성해보는 일, 그러한 노력 속에서 비로소 인간은 미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1889년 1월 3일 니체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에서 마부에게 채찍질 당하는 말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말에게 달려간다. 말의 목을 감싸 안고 날아오는 채찍질을 막으려 든다. 바로 이 순간 니체는 미쳐버린다. 그 이후 죽을 때까지 10년이 넘도록 그 광기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한다. 니체는 왜 미쳐버린 것일까.작고하기 얼마 전, 베스트셀러 작가 이어령은 토리노의 말 사건을 실제로 있었던 일로 간주하며 이렇게 말했다. “토리노 광장에서 얻어맞는 말이 예수야.” 인간의 편에 서지 말고 동물의 편에 서라는 신의 부르심이었다고 이어령은 해석한 것이다. 때리는 인간을 거절하라. 때리는 인간을 벗어나라. 그 결과, 니체는 초인 아니 광인이 되었다.헝가리 영화 ‘토리노의 말’. 1889년 1월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프리드리히 니체가 마부로부터 채찍질을 당하고 있던 말을 붙잡고 울었던 일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강력한 이야기다. 해석을 부르는 강력한 이야기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거듭 재해석되었다. 이를테면, 밀란 쿤데라는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니체의 행동을 데카르트적 철학의 거부로 해석한다. 쿤데라가 이해하는 데카르트는 인간과 동물을 명백히 구분한 철학자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자 동물을 소유하는 존재인 반면, 동물은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 인간은 기계를 부리듯 동물을 부릴 권리가 있으며, 동물의 고통에 찬 신음은 고장 난 기계가 삐걱대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많은 이들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특히 니체가 살던 시대에서는 더욱더. 마부는 말을 자기가 소유한 물건이라고 보기에 자기 맘대로 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꼭 데카르트 철학 전통이 있는 유럽에서만 일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동물을 물건 다루듯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은 개를 음식의 일종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취객이 자기가 탄 마차의 마부를 때리고 마부는 화풀이로 다시 말을 때리는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고 하니, 도스토옙스키는 현실과 무관한 묘사를 한 것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 동시대 시인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 역시 얻어맞는 말을 묘사한 시를 남긴 것을 보면, 동물 학대는 당시 러시아 혹은 유럽 전체의 현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을 때리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인간이 그렇게 말을 때릴 수 있는 데는 이미 말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 개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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