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6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입장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입기자로서 지켜본 윤 대통령의 화법은 선거 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측면이 있다. 그간 추진된 여러 정책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그러나·하지만' 같은 접속부사를 15번이나 사용했다. 그 뒤엔 '미흡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서술이..
"변한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6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입장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입기자로서 지켜본 윤 대통령의 화법은 선거 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측면이 있다. 그간 추진된 여러 정책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그러나·하지만' 같은 접속부사를 15번이나 사용했다. 그 뒤엔 '미흡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서술이 붙어 있었다.
총선 치르기 며칠 전에 직접 나섰던 의정 갈등 입장 발표와 비교해보자면 당시엔 '그럼에도'라는 말이 4번 등장했고 결론은 '흔들리지 않겠다'였다. 두 개의 화법 사이엔 '명령자'와 '조정자'로서의 역할 인식이 희미하게나마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공개 사과에 포함돼야 할 핵심 요소들이 빠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선 '죄송'이나 '송구'란 깊은 사과의 표현이다. 비공개 회의에서"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몇 시간 뒤에 전했지만 이런 건 오히려 국민의 화만 돋울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든 회초리 비유도 매끄럽지 못했다. 회초리를 맞을 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보단 반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혼냈는데도 고개 숙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화가 날 것이다. 진정성 문제가 아니라 공감 문제다.
야당과 협치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지금 정부에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동시에 주기 싫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좋아서가 아니라 견제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이번 대통령 담화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면 적어도 무엇을 어떻게 협치할 건지가 담겼어야 했다. 그것은 이 대표에게 당하는 굴욕이 아니라 국민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결국 이제는 윤 대통령 말처럼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이 첫 번째 시험대다. 야당의 특정 인사를 데려다 놓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더 이상 '명령자'가 아니라 '국정 조정자'로서 변화 방향에 대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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