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석 연휴에 즐길 콘텐츠를 찾는다면 ‘벡델 초이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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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DGK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벡델데이 2022’가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의 참여 속에 성황리에 진행됐다. 시상식, 영화 상영, 토크 프로그램 등 행사가 오프라인에서 다채롭게 이뤄졌다.

벡델 데이란 명칭은 ‘백델 테스트’로부터 온 것이다.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으로 현재까지 영화 내 성평등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총 3가지인데 △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하며 △ 대화 내용이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영화들은 이 기준 앞에 어떤 현황을 보이고 있을까.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흥행 50위 내에 든 한국영화 작품들을 조사한 결과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비율은 50.6%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지점은 조사 첫 해인 2009년이나 10년 뒤인 2018년나 통과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벡델테스트 충족이 의미하는 바는 좁게는 성평등이지만 넓혀 보면 다양성 문제다. 우리 사회와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콘텐츠가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담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상업 영화, TV 시리즈에서 여성은 현실세계보다 적게 등장한다. 여성 뿐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장애인도 마친가지다. 이성애자나 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 백인 아닌 이주민들은 등장하는 것도 쉽지 않고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드물다. 모두 현실세계엔 존재하고 있는데, 콘텐츠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지난 2020년 백델데이 주최측은 기존의 벡텔 테스트에 네 가지 기준을 더해 현재 시점에 맞는 ‘벡델테스트 7’을 만들고 향후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추가된 기준은 △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 비중이 동등할 것. △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이다. 이후 매년 영화계 전문가들이 7가지 기준을 충족하거나,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작품들을 골라 ‘벡델초이스10’을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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