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빈소에 빵을 갖다놨는지 온갖 방법으로 연락했지만 전화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SPC, 대기업 맞나요? [기자수첩] 전화 안 받는 SPC 홍보팀과 허영인 회장의 사과
SPL 평택 공장 사망 노동자 A 씨의 장례식장 주방에 놓인 파리바게뜨 빵 박스. ⓒSPL 평택 공장 사망 노동자 당숙 유모 씨
변명이라는 걸 안다. 회사 측과의 소통은 기자의 역량이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회사 측 입장이 전해졌다. 상조 물품 건을 보면 기사마다 회사 측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처음에는 ‘일괄적인 업무 처리’라고 했다. 이후 한 언론에는 ‘상조 물품에 포함된 빵을 이번에만 빼서 보냈다면, 오히려 생산직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면피에 골몰해 나온 실언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종국에는 사과로 정리됐다. 한 보수 언론에서 ‘면밀히 살피지 못해 사과한다’는 회사 측 입장을 전했다. 최대한 언론 접촉면을 좁히는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리하게 메시지를 수정하며 파편적으로 언론에 전하는 식이다.
타이밍을 재다가 등 떠밀려 한 듯한 사과와 재방 방지 대책 약속은 진정성이 의심된다. 그룹 내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한지 불과 이틀 만에 또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그룹 계열사 샤니 성남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손가락이 절단됐다. SPC 그룹의 무감각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고 다음날 동료 노동자들에게 사고 현장에서 샌드위치 생산을 시켰다. 바닥에는 혈흔이 남아있었다. 동료가 작업 중 사망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빵을 만들어야 했다. 빈소에 빵을 보낸 것도 그렇다. 아무리 매뉴얼을 따른다고 해도, 빵을 만들다가 사망한 고인의 빈소에 빵을 보내는 건 납득이 안 된다.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가족상과 동일하게 취급한 무감각이 불러온 논란이다.
어떻게 해야 변할까. 화살표는 허 회장으로 향한다. SPC 그룹은 허 회장 1인 독점 지배체제다. 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허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과 배우자가 100% 지분을 가진 파리크라상이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를 보유한 SPL은 냉동생지와 빵, 샌드위치 등 완제품을 생산해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는 회사다. 파리파게뜨는 파리크라상이 운영한다. 사실상 SPL은 파리크라상의 생산 부서이고, 단지 법인이 분사돼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