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에르도안러·우크라 전쟁 중재하고스웨덴 나토 가입 거부 등강대국 사이 입지 키웠지만국민 이익과 자유는 낙제점
국민 이익과 자유는 낙제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국제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다. 요동치는 지정학적 혼란에 맞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굳건히 지키자고 앞장서거나 시대착오적인 군사 모험주의를 시도하진 않지만, 무시 못할 존재감으로 세상의 눈길을 끈다. 이달 8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의 종전회담을 성사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공표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튀르키예는 중재를 위해 애써왔다. 전쟁 발발 한 달 후 두 나라 외무장관을 초청해 회담을 열었고 바로 며칠 후 양국의 5차 평화협상 자리를 마련했다. 그 후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측 모두의 신뢰를 받으며 매년 두 정상을 따로따로 만났다.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친분이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드론을 제공하며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촉구하는 유엔 긴급총회 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튀르키예는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 참여를 거부했다. 이미 2019년에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는 미국과 다른 회원국의 거센 반대에도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S-400을 도입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적국으로 대치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종종 전략적으로 협력했다. 올 2월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1년8개월간 실랑이 끝에 승인하면서 또 영향력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위협을 느낀 스웨덴이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으나 회원국 튀르키예가 동의를 거부했다. 고집을 부리는 튀르키예에 스웨덴과 미국은 큰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이 자국 쿠르드계의 튀르키예 비판 방지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 가입 적극 지지를, 미국은 튀르키예의 F-16 전투기 구매 승인을 약속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이단아' 튀르키예를 섣불리 내칠 수 없다는 걸 에르도안 대통령은 영악하게 활용해왔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해방 전사로 칭송하고 서구의 위선을 맹비난하며 공정한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런 에르도안 대통령을 두고 강대국 주도의 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국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균형점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외줄타기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친다고들 한다. 무슬림 세계와 약소국의 고통받는 대중을 대변하는 국제적 리더이자 지역 강국 튀르키예의 입지를 당당하게 다지는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다. 과연 그럴까. 에르도안 대통령의 현란한 외교로 튀르키예 국민 개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년 5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3선에 성공함으로써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2003년부터 총리로, 2014년부터 대통령으로 20년 넘게 집권해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은 여러 번의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확고히 갖춰놓았다. 정치학계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프리덤하우스 민주주의 지표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총점 100점에 32점을 기록해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된다. 이런 나라의 지도자는 측근 엘리트에게 충성의 대가를 보상하기 위해 권력 사유화에 몰두하고 공공재 창출에는 관심이 덜하다. 국제무대에서 동분서주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마음속엔 시민 전체를 위한 공익보다는 자신과 주변 엘리트를 위한 사익이 훨씬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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