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해서 새 길을 열어내는 기업가 정신을 기업들은 자랑하고 있지만, 기업 내부의 야만적 역사를 기업 스스로 청산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아직은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 발의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말하면 그 반대쪽에서 맞서는 말을 해대는데, 이 대항담론의 골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이 많아야 고용과 임금이 안정되어서 다들 잘사는 세상이 된다는 말은, 그 말대로 될 수만 있다면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법인세, 상속세를 깎아주고 토지용도 제한, 노동규제, 환경규제를 풀어주고, 규범 이탈에 관용을 베풀어주고, 기업의 비밀을 알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사람들의 말인데, 이것이 다 옳은지 어떤지는 초야의 필생이 말할 수 없다. 그러하되 일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사태에 맞서서 대항담론을 들이대는 언설은 참으로 듣기에 거북하다.
이 언설들은 경제효율적으로, 논리적으로 스마트하게 짜여 있지만 사람 목숨의 문제를 말싸움해서 이긴 쪽이 하자는 대로 할 수는 없다. 기업 쪽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퍼져 있어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처럼 맞서서 달려들면 ‘좋은 나라’는 더 멀어진다. 불가능에 도전해서 새 길을 열어내는 기업가 정신을 기업들은 자랑하고 있지만, 기업 내부의 이 야만적 역사를 기업 스스로 청산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아직은 없다. 말을 들이대서 말을 뭉개려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 아니다. 말들이 부딪쳐서 헝클어지고 말의 쓰레기가 장벽을 이루어, 그 벽 앞에서 한 시대가 주저앉아 있으니 한심하다. 노동하다 죽는 나라를 만들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가. 내 말은, 이 무참한 죽음들 앞에서 말싸움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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