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외쳤던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이란 말이 한 세대(30여년)의 시차를 두고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옐런은 중국 방문에 앞서 '우리는 태양전지,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는데,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 분야에서 과잉 설비와 생산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수 부진에 쌓이는 재고 그 바람에 중국의 제조업 고혈당이 실제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뒷전이다.
데자뷔다. 미국이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외쳤던 “과잉 설비”와 “ 과잉 생산 ”이란 말이 한 세대의 시차를 두고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번 상대는 중국이다. 과잉을 외치는 쪽은 미국과 유럽 등이다.
중국의 과잉 설비·생산이 국제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어젠다로 떠오른 계기는 올해 4월 이뤄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전후다. 옐런은 중국 방문에 앞서 “우리는 태양전지,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는데,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 분야에서 과잉 설비와 생산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방중 기간 내내 과잉생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치 경제학과 교수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태도마저 내비쳤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중국의 과잉 생산과 수출을 문제 삼고 나섰다.옐런의 비판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요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 대신 산업 생산, 특히 첨단 제조업 육성을 성장 엔진으로 선택했다.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를 움직여 첨단 제조업 쪽으로 자금을 몰아주다시피 한다. 시중은행은 부동산 부분 대출을 최근 1년 사이에 1조 위안 정도 회수했다.
뉴욕 준비은행은 금융기관이어서 그런지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만을 우려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가 중국의 제조업 고혈당이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다. 이런 중국의 제조업이 단맛에 취해 활력을 띠면 원자재 수입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중국발 원자재 수요 급증은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을 부추겨 결국 미국 내 물가를 압박한다.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2025년에 인플레이션이 0.5%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뉴욕 준비은행의 예측이다.미국이 중국 제조업 고혈당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관세 장벽을 높이 쌓고 위안화 가치가 오르도록 하는 방법뿐이다. 80년대 중반 미국은 일본과 독일을 압박해 당시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했다. 한술 더 떠 미국은 일본을 몰아붙여 ‘과잉 생산과 수출에 대한 자율 규제’를 하도록 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장벽을 쌓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는 멕시코와 캐나다, 바하마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뾰족한 수가 없을 때 목소리만 커진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과잉 설비, 과잉 생산”이란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그 바람에 중국의 제조업 고혈당이 실제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뒷전이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생산은 과잉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과 견줘 3% 정도 늘었을 뿐이다. 보고서를 쓴 루이스 루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일시적인 과잉생산으로 부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놀라운 사실은 팬데믹 이전보다 산업생산이 단 3% 늘었을 뿐인데, 재고는 11%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의 물류창고에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국내총생산을 계산할 때 재고는 투자로 잡힌다. 그만큼 성장률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 재고 누적이 낳은 최악의 결과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현재 재고 누적이 최악으로 치닫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수가 부진한데 수출마저 시원찮아지면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시진핑이 부동산을 대신해 성장엔진으로 택한 친환경·최첨단 산업에서 또 하나의 과잉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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