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라 말하면 편하겠지만, 당사자는 고통에 곪다가 죽어요” [생존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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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냥 이번에도 잊으려고 노력해볼까요? 너무 힘드니까 거리를 좀 두고 도망 쳐볼까요? 이태원참사 생존자 트라우마 🔽 자세히 읽어보기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보고서 의결에 앞서 퇴장한 여당 위원들에게 항의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 김초롱씨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입니다. 는 김씨가 쓴 당시 상황과 심리 상담 과정, 이후 겪은 트라우마 등에 대해 차례로 싣습니다. 김씨는 사고 당일인 10월 29일 밤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인파에 휩쓸렸지만, 행인이 난간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출됐습니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 환자로 판정받았습니다. 1.선생님, 혹시 제가 만약에 살다가 또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떡하죠. 선생님: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돌이켜보면 저는 늘, 다른 사람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했거나 무심했던 것 같아요. 나는 늘 타인이 죽어가는 순간에 있거나, 타인이 죽기 직전의 순간을 맞이하네.

왜 나는 자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걸까요. 그때도 지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좀더 예민했다면 무언가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그때도 지금도, 잊으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고 잊는다면 잊으라고 하는 사람들이야 편하겠지만, 정작 당사자는 고통에 곪다가 곪다가 죽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냥 이번에도 잊으려고 노력해볼까요? 너무 힘드니까 거리를 좀 두고 도망 쳐볼까요? 선생님: 상처를 덮어두고 안보면 살이 썩어요. 겉은 치료가 되어 멀쩡해보일지 몰라도요.상처를 덮지 않고 열어두면 온갖 자극이 있어서 따갑고 아프겠지만, 그만큼 계속 건드려줘야 새살도 돋고요, 바람도 통해서 고름도 마르고요. 트라우마가 정말 큰 질병인거에요, 이렇게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과거까지 소환해와서 아프고 힘들게 하니까요. 그런데 질병이니까 나을 수 있어요. 나을 수 있게 도우려고 제가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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