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야구 보는 사람을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릇 한국의 프로 야구란 말이죠, 그 태생부터가 불순하지 않던가요. 학창 시절 근현대사 수업에서 제가 배운 야구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민심을 다스리겠다며 도입한 우민화 정책의 대표 격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세상에 대한 이유 모를 저항감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던 어린 저는 ‘스...
KIA 타이거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2024년 프로야구도 마무리됐습니다. 올해 KBO리그는 한국 프로 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동원하며 어느 때보다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30 여성 팬들이 늘어나며 리그도, 각 구단도 흥행에 성공했죠.
주위의 야구 팬들은 혀를 차게 만들었습니다. 야구는 1년에 정규시즌만 144경기, 월요일 빼고 주 6일, 그것도 저녁 내내 합니다. ‘야빠’들은 길을 가면서, 밥을 먹으면서, 심지어는 대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고 난리를 부려서 가끔 저를 곤란하게 했습니다. 출근길엔 팀 응원가를 흥얼거리고, 유니폼을 사서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마킹하고, 가방에는 팀 마스코트 배지와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닙니다. 길을 가면서, 밥을 먹으면서, 심지어는 대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고 난리를 부리죠.올해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정규시즌에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총 720경기 중 30.7%에 달하는 221경기가 매진됐습니다. 포스트시즌은 16경기 전부 만원 관중이었습니다. 여성 팬, 특히 2030 여성 팬의 대거 유입이 야구 ‘붐 업’을 이끈 요인으로 손꼽힙니다. 저도 아마 그중 하나겠죠.우리는 왜 야구장으로 갔을까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퍽 안일하고도 남성중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어떤 남성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색한 사이에서 분위기를 바꾸려면 야구만큼 좋은 소재가 없죠. 그에게 “혹시 야구 보시냐”고 물었습니다. 상대방은 반색하면서도 ‘웬일?’이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리고 대뜸 이어지는 질문.또다른 남성은 제게 야구 본다는 말을 일부러 “야동 본다”고 했습니다. 농담이랍시고 던지고는 제 반응이 어떤지 기대하는 눈치였어요. 제 친구는 야구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여자들은 뭣도 모르면서 여길 왜 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건 ‘된장녀’고, 책을 사 읽는 건 ‘과시용 독서’ 또는 ‘텍스트 힙’이고, 스포츠를 보는 건 ‘얼빠’라서다… 하나같이 여성의 취향, 여성의 소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낮잡아 보는 시각에서 나온 말들이죠.30대 여성인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해 가을을 빛낸 NC 다이노스에게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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