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를 찾아서 │ 정은귀한국 시를 영어로, 영문 시를 우리말로이성복·강은교, 글릭·섹스턴 등과 대화“시는 삶의 진창에서 피어난 언어,그 신비한 힘 모르는 게 슬퍼”
그 신비한 힘 모르는 게 슬퍼” 정은귀 교수는 “시는 모호함이 큰 무기인 언어라서 머물러 응시할 때 의미가 살아나기에 시를 가장 잘 읽는 방법이 번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제공 초등학교 때 꿈은 초등학교 교사와 시인이었다. 중학교 때 꿈은 중학교 교사와 시인이었다. 고등학교 때 꿈은 고등학교 교사와 시인이었다.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의 여백을 상상하며 시를 읽고 쓰던 소녀는 결국 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에게 번역의 출발은 시에 대한 사랑이었다. 처음 시를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냥 좋아서 학창시절 내내 혼자서 했다. 남들 앞에 번역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였다. 유명한 시인인 지도교수가 그에게 한국 시를 소개해 줄 것을 권했다. 신이 나서 열정을 불태운 결과, 시 전문 번역가로서 이력이 빼곡히 쌓여갔다.
그가 평생 시인의 꿈을 가진 것은 “힘들 때마다 시를 읽으며 돌파할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가 아름답고 예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시는 삶의 진창에서 피어난 언어죠. 해석을 기다리는 미완의 언어이기도 하고요. 이 세계의 처절한 패배와 폐허를 보는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들 때 시를 읽으면 굳건해지고 담대해집니다. 잔가지들을 떨쳐내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가 시민대학에서 시를 오래 가르친 이유이기도 하다. 시는 잃어버린 영성을 회복하고 인간의 의미를 되묻게 하기에, 시를 읽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좋은 사회라 그는 믿는다. 시를 가지고 시민교육을 하면 훼손된 언어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도 믿는다. “시는 ‘언어의 소금’이기에.” 최근에는 시를 통과한 느낌과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을 나란히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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