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방사선치료는 매우 좋은 항암 치료지만, 나중에 뇌 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있다'라며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 방사선이 들어가면 어떤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지 데이터를 축적해 좀 더 뇌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뇌종양 환자는 치료 뒤 기억력 저하, 주의력 저하, 처리속도 저하 같은 인지 기능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제 소아 뇌종양 환자 상당수가 완치하고, 장기 생존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 뒤 후유증이 적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까 고민이 컸습니다. ” 이주호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말이다.
과거엔 소아 뇌종양 환자 2명 중 1명 정도를 살리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3명 중 2명 이상이 장기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치료의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치료 이후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과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주호 서울대병원 교수와 이정 교수팀은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지원 사업단 지원으로 전국 8개 병원과 함께 소아 뇌종양 환자의 맞춤형 치료ㆍ재활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 교수 등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022년부터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연세암병원 등 8개 기관과 함께 소아 뇌종양 환아의 치료 전후 인지·정서·신체 기능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공동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으로 이뤄지는 연구다. 연구팀은 치료 과정에서 아이들 뇌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밀하게 살피고, 이상이 확인되면 재활과 진료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 교수는 “방사선치료는 매우 좋은 항암 치료지만, 나중에 뇌 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있다”라며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 방사선이 들어가면 어떤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지 데이터를 축적해 좀 더 뇌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뇌종양 환자는 치료 뒤 기억력 저하, 주의력 저하, 처리속도 저하 같은 인지 기능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정서적 어려움이나 운동 기능 저하가 뒤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소아암 생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적 생활하지 못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으며,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정 서울대 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성센터 교수는 “소아청소년기는 뇌가 빠르게 성장하고 학습과 인지 발달이 계속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라며"이때 뇌종양 치료로 생긴 인지 기능 저하는 일시적인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성장 단계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누적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국내에는 인지 기능과 정서적 어려움을 정밀하게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제때 개입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소아뇌종양 환자 치료전후 인지신체 기능 평가 시스템 구축 및 평가 지원 공동연구팀에 참여 중인 현성은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번 연구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술 직후와 방사선치료 전후 아이들을 정밀 검사 하고, 치료 도중과 학교 복귀 시점까지 체계적으로 추적하면서 문제가 굳기 전에 먼저 찾아내고 재활의학과 진료 연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정 교수는 “지금은 치료 중 모니터링해 초기에 재활 기회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106명이 등록돼 장기 추적을 받고 있다. 전체 지능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작업속도와 기억력, 주의력 저하가 확인됐고, 신체 기능에선 근력 저하와 신체활동 감소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15%는 표준 범위를 벗어난 기능 저하가 확인돼 조기 재활과 진료로 연결됐다. 연구에 참여한 A양은 뇌종양을 이겨낸 뒤 학교 복귀 무렵 검사에서 IQ는 정상 범위였지만, 주의력과 학습속도 저하가 확인돼 약물치료를 받은 뒤 나아졌다.
방사선 치료 뒤 스스로 “머리가 예전 같지 않다”며 위축돼 있었던 B군의 경우 객관적 검사에서 인지 기능이 또래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검사는 문제를 찾는 도구인 동시에, 아이와 가족의 불안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 셈이다. 이주호 교수는 “이런 평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수가 체계 밖에 있어 꾸준히 시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기부금 덕분에 검사와 상담, 피드백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가 보험, 재활, 전문 인력 지원 같은 제도 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능 보전 치료를 실제로 구현할 인프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주호 교수는 “양성자치료가 소아 환자의 기능 보전에 중요한 치료법이지만, 국내에선 운용 기관이 많지 않다”라고 밝혔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아이들과 가족이 병원을 찾아 떠돌아야 하는 만큼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소아 중심 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양성자치료기 등을 갖춘 소아 전문 센터를 마련하고, 소아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