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리얼리즘(신춘문예 등단 중편 ‘새하곡’), 초월적 교양주의(『사람의 아들』), 분단으로 결딴난 현대사(『영웅시대』), 화려한 의고체(擬古體, 『황제를 위하여』) 문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감각적인 수법과 묵직한 주제의 신작을 낼 때마다 독자들은 열광했다. 2001년 DJ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비판 칼럼, 이 칼럼이 촉발한 ‘책 장례식’이라는 문화참사를 겪으며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듯했다.
소설가 이문열 씨의 삶과 문학에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올해 일흔여섯인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에 태어났다. 경북 영양의 뿌리 깊은 양반 가문이었지만 일본 유학파에 남로당원이었던 아버지 이원철씨가 한국전쟁 기간 중 월북하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연좌제의 굴레를 피해 작가가 된 그는 80~90년대 최고의 인기 작가였다. 사실상 등단작인 79년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이 당대의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으며 ‘ 이문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치밀한 리얼리즘, 초월적 교양주의, 분단으로 결딴난 현대사, 화려한 의고체 문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감각적인 수법과 묵직한 주제의 신작을 낼 때마다 독자들은 열광했다.하지만 영광 뒤에는 상처가 도사리고 있었다. 월북한 아버지의 내면을 허무주의로 채색한 84년 장편 『영웅시대』가 진보 진영의 비난을 불렀다. 92년 산문집 제목으로 사용한 ‘시대와의 불화’라는 표현이 어느새 그를 상투어처럼 따라다녔다.
이런 이씨가 모순으로 가득 찬 듯한 문학과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25일부터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주 1회 연재되는 회고록 ‘이문열, 시대를 쓰다’를 통해서다. 책 장례식부터 연좌제로 인해 일그러진 성장 과정, 작가로서의 영욕, 생중계되다시피 한 이북의 아버지 상봉 무산까지, 그의 인생 갈피마다 서린 현대사를 소상하게 전한다. 회고록은 30회가량 연재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이후 여러 차례 사전 인터뷰에서 이씨는 “글 한 줄 쓰지 못한 지 3년쯤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어내지 않은 진솔한 인생 회고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지금까지 수없이 받은 질문일 텐데, 어떻게 작가가 됐나. 등단 전 젊었을 때는 가능하면 작가가 되는 일을 피하고 싶었다. 성리학 전통이 뿌리 깊은 고향 경북 영양의 문중에서는 작가를 그리 높게 쳐주지 않는다.
작가가 된 게 아니고 되어져 버린 것 같다. 작가가 되고 보니 꼭 거부할 일은 아니었다. 원래 내가 할 일인데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일시적인 절필 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작가를 그만두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작가가 되어져 버리게 만든 요인은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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