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수술하다 지옥 가요” 잘 나가던 성형외과의에서 ‘트랜스젠더’ 의료계 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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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수술하다 지옥 가요” 잘 나가던 성형외과의에서 ‘트랜스젠더’ 의료계 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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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은 서늘해질 정도로 결연했다. 그 어떤 반론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완고함으로 말했다. 세상은 반드시 더 나아진다고.

‘여자 안 뽑는다’ 소문난 대학 병원 성형외과의 유일한 여성 레지던트 → 하버드대 메디컬 스쿨 성형외과의 유일한 아시아인 여성 펠로우 → 압구정 대형 성형외과의 소문난 가슴 성형 전문가. 온통 상승의 궤적으로만 가득해 보이는 커리어 패스입니다.7년 전, 결희씨의 진료실에 한 성소수자 환자가 도착한 이후, 의사로서 그의 삶은 인적이 드문 험한 길을 향하기 시작합니다. 돈 보다 사명을, 명예보다 긍지를 따르며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지개 깃발을 손에 든 투사가 되어있었죠.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 ‘맨땅 브레이커’의 5호 인터뷰이는스물일곱, 막 병원 냄새에 익숙해질 무렵 전공의 김결희가 선택한 과는 성형외과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구에게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돈을 많이 벌어야 했으니까.

“실은 내과에 가려고 했어요. 인턴 할 때도 내과를 준비했지 성형외과에 갈 생각은 없었죠. 의사의 일을 크게 두 개로 나누면 내과와 외과예요. 비유하자면 내과는 머리를 쓰는 문의 영역, 외과는 몸과 도구를 쓰는 무의 영역으로 여기는데요. 누가 그렇게 정해준 것도 아닌데 저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었죠.의 일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이었던 거죠. 외과 의사들을 보면 분명히 타고난 손이 있거든요? 손의 감각이 유달리 뛰어난 사람. 근데 그건 이 일을 직접 해 보기 전까진 알 방법이 없어요. 저 역시 전문의 수련을 하면서 알았어요. ‘이게 내 천직이구나’.

“제가 가본 곳 중 가장 위험했던 곳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였는데요. 이곳 사람들은 금요일마다 평화시위를 해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곳에 쌓인 담에 돌을 던지는 거죠. 담 위에선 이스라엘 저격수들이 총을 쏴요. 의사들에게 개원가*는 ‘강호’라 불린다.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 실력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건 수완과 개인기였다. 내가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상대가 나한테 수술을 받지 않겠다 하면 기회 자체가 없는 거니까. 결희씨가 성소수자 엘라이임을 드러내는 무지갯빛 배지를 가운에 달고 있다. 팔목엔 역대 서울 퀴어퍼레이드 굿즈였던 팔찌들이 채워져 있다. 이한호 기자 [email protected]평생 몸에 맞지 않다 여겼던 성별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래서 내내 불편하기만 했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진짜’ 이름을요.

성형외과 의사로 보면 위기인데, 성소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보니 기회인 거예요. 국내 트랜스젠더 중 대부분이 성별확정수술을 하기 위해 태국으로 나가거든요. 국내엔 전문적인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성별확정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으니까. 근데 이 사람들이 나갈 수 없게 된 거죠. 반대로 트랜스젠더들은 ‘국내에선 퀴어 프렌들리한 병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면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짧은 과정에서도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결희씨가 원한 건 이 답답한 고리의 한가운데를 끊어내는 것이었죠.진료실 앞 대기 공간은 무지갯빛으로 꼼꼼하게 물들어 있다. 간이 서가에는 결희씨가 직접 고른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대부분 성소수자들의 의료지식에 대한 책들이다. 결희씨가 집필진으로 참여한 도 그중 하나다. 성소수자의료연구회에 소속돼 있는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책이다.그 옆으로 성별 확정 수술의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리플렛, 트랜지션과 임신중단에 특화된 개인병원 ‘색다른 의원’ 리플렛, 청소년성소수자지원팀 ‘드림캐처’의 리플렛이 나란히 놓여있다. 이곳을 방문한 성소수자들이 도움을 보다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외부 병원, 단체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삶은 제도의 경계선 바깥에서 부유한다. 법적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달라 취업부터가 난관이다.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모든 곳에서 그들의 존재는 그림자가 된다. 하루하루의 생계가 전쟁과 다름없다. 성별이란 살아있는 모든 시간 속에 부딪히는 정체성이니까.국내 트랜스젠더 10명 중 4명이 자살을 시도합니다.태어날 때부터 가장 중요한 조각을 잃어버린 채로 삶이라는 퍼즐을 고되게 맞추는 이들에게, 그가 하는 일은 잃어버린 조각을 함께 만들어 주는 것.오랜 시간 비가 내려 물러진 마음의 땅을 단단히 굳혀야 그 위에 새로운 나무를 심을 수 있으니까요. 마음의 짓무름이 너무 심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 역시 그의 몫입니다.

병원 안에선 ‘의사 대 환자’였지만, 병원 밖에서는 다르다. 밖에서 만나면 금세 친구가 되고, 광장에선 만나면 친구를 넘어 동지가 된다. 결희씨의 인스타그램 @dr.kuyl_crush의 피드엔 퀴어 동지들과 함께 한 유쾌하고 뜨거운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2018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여 당시 모습. 결희씨의 뒤로 보이는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범죄자로 간주해 감금하는 국가들의 국기로 만들어졌다. 해당 국가에서 법을 폐지하면 국기가 무지갯빛으로 바뀐다.dr.kuyl_crushdr.kuyl_crush

수술을 잘 마쳤고, 경과도 참 좋았어요. 그렇게 퇴원까지 마쳤는데 이분이 저를 계속 찾아오시는 거예요. 상담 예약까지 하고 오셔서 아무 용건 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만 나누다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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