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치킨’이 출몰하는 세상

“일론 마스크의 스페이스에스가 재모집하는 ‘화성 이주단’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지난번 로켓 폭발 사고는 잘 압니다. 하지만 벌어둔 돈도 없고 비정규직에 ‘이생망’인 저에게는 곧 다가올 인류 멸종과 대재앙을 피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에서 제보자 20대 이생망

한낮의 태양이 적막한 마을을 달궜어요. 꿈쩍하지 않은 무거운 공기 속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플라스틱 쓰레기만 강한 빛을 튕겨냈죠. 버려진 폴리에스터 천 쪼가리, 빛바랜 검은 비닐봉지, 낮은 처마에 걸린 이불 사이로 얼룩소가 먹이를 찾고 있었어요.희한하게도 핑크색 깃털로 뒤덮인 닭 한 마리가 양철지붕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 밑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핑크 닭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소년소녀들이었죠. 슬럼가 주민들은 하나같이 남부의 삼각주 곡창지대를 떠난 사람들이었어요. 한 가족이 모두 올라온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핑크 소녀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올라온 젊은이들이었어요. 주민 중에는 농사 짓기를 포기하고 새우 양식장에 취업한 이들도 많다고 해요.

‘기후변화와 이주’ 하면, 태평양의 소인국 투발루처럼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만 상상했어요. 그게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언론이 집중 조명했고, 그런 이야기와 이미지가 기후변화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상승하는 해수면, 익사하는 북극곰, 허리케인 같은 것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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