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도 재난을 당하면 피해자들이 20년 이상 당하고 있는 상황을 똑같이 겪으며 깜짝 놀랄 것이다. 📝오지원(변호사)
얼마 전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토론회에 다녀왔다. 나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설명하기 위해 그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 과정에서 생명안전기본법을 들은 유가족 가운데 몇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법조문을 보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에요.” “안경을 쓰기 전에 뿌옇게만 보이던 상황이 안경을 쓰면 선명하게 보이잖아요. 이 법은 그런 법이네요.” 참사만으로도 고통스러웠을 이들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을 겪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아직도 편히 쉬지 못하게 만드는 걸까.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달려야 겨우 갈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조차 힘든 기억 공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의 물리적 거리가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대구시와 국가는 참사 직후 희생자들의 유골과 유품 등이 섞여 있는 현장을 참사 바로 다음 날 청소해버렸다. 20년 동안 참사가 잊히기만을 바란 듯했다.
재난은 있는데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피해자라고 명명하지 않는 희한한 법이다. ‘법적인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물론 재해구호법상 이재민이라는 규정은 있다. 그런데 홍수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쓰여왔던 이재민이라는 단어를 사회적 참사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 현행법이 그렇다. 왜 그럴까. 피해자는 가해자라는 개념을 전제하는데 재난 피해자라는 개념을 법으로 규정하는 이상 국가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안전에 책임을 지는 공무원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가능성조차 공무원들이 스스로 법으로 인정하기를 꺼리는 듯하다. 그 거대한 책임 회피의 결과, 국민들은 재난을 당했을 때 ‘법적인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 가벼운 손놀림으로 ‘이제 그만해라, 놀다 죽은 사람들에게 웬 보상이냐’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당신들도 재난을 당하면 피해자들이 20년 이상 당하고 있는 상황을 똑같이 겪으며 깜짝 놀랄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벼랑 끝에 선 한일전월드베이스볼 클래식 한일전이 잠시 뒤에 열립니다. 어제 호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터라 우리 대표팀은 반드시 일본을 이겨야만 8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는데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그런 영화 나온거 아니'…원초적본능 찍고 아들 뺏긴 샤론스톤 | 중앙일보'판사가 내 아이에게 '네 엄마가 섹스 영화를 만드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r샤론스톤 원초적본능 아들 이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키 크고 통통한 여자 선호'…방송인 김성경, 과거 JMS 전도 당한 사연 | 중앙일보과거 JMS에 전도될 뻔 했다는 연예인들의 경험담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rJMS 정명석 김성경 전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