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블랙아웃’ ‘지우개’…‘창고 속 드라마’ 요즘 빛 보는 이유

‘우연일까’(tvN) ‘나쁜 기억 지우개’(MBN)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MBC)의 공통점은? 모두 만든 지 2~3년이 지나 세상에 공개된 드라마다. ‘우연일까’(8월13일 종영)는 2022년 11월~2023년 2월, ‘나쁜 기억 지우개’(8월2일 시작)는

모두 만든 지 2~3년이 지나 세상에 공개된 드라마다. ‘우연일까’는 2022년 11월~2023년 2월, ‘나쁜 기억 지우개’는 2021년 9월~2022년 2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은 2021년 9월~2022년 6월에 촬영이 완료됐다. 수년 동안 자리를 찾지 못해 창고에서 대기했는데 올해 7·8월에 모두 각 방송사에 편성됐다. 그때는 ‘물음표’였던 드라마들이 지금은 ‘느낌표’로 바뀌었다.

한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2021~2022년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드라마 제작 붐이 일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그 틈에서 소소한 드라마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 수 있다”고 했다. ‘우연일까’와 ‘나쁜 기억 지우개’는 모두 첫사랑과 관련된 로맨틱 코미디이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은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심리 스릴러다.2022년은 넷플릭스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종이의 집’ 등 대작이 쏟아졌던 시기로, ‘평범한 이야기’는 경쟁력이 약하다고 여겼다. ‘나쁜 기억 지우개’ 김재중은 지난 2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촬영 당시만 해도 장르물이 많았다”며 “마침 로맨틱 코미디 붐이 일어난 시기에 방송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오티티 드라마보다 예능 제작과 스포츠 중계에 더 집중하고,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드라마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편성 편수가 줄어든 것도 당시 창고로 직행하는 물음표 드라마를 양산했다. 지상파·케이블·종편 등을 통틀어 텔레비전 드라마는 2014년 117편이 편성됐는데, 2020년에는 94편, 올해는 63편에 불과하다.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와 플랫폼이 드라마 제작과 편성에 신중해지면서 예전에 찍어 둔 드라마 창고 문을 열고 있다”고 했다. ‘우연일까’는 티브이엔 관계자들이 편성이 보류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공백을 메울 작품을 찾다가 미편성 작품 속에서 발견했다. 수년 전과 달리 보편적인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거라고 봤다고 한다. 문화방송 관계자도 “‘블랙아웃’은 2024년 라인업을 결정할 당시 검토하던 작품 중에서 눈에 띄었다”고 했다.

이 세 작품이 제집을 찾으면서 다른 작품들도 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올해 들어 제작사들이 미편성 작품을 들고 방송사 등을 찾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우연일까’ 채종협, ‘나쁜 기억 지우개’ 이종원처럼, 현재는 스타가 된 배우들의 예전 작품이 창고 속에 잠자고 있을 수도 있어서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우연일까’가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인도에서 오티티 라쿠텐 비키를 통해 공개되는 등 일단 방송되고 나면 다양하게 활용할 길이 열린다”고 했다.그러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시대에 2~3년 전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연일까’는 시청률 3%대, ‘나쁜 기억 지우개’는 1%대로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두 작품 다 뻔한 설정도 주요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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