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 12월 14일 열린 서울 여의도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 소개한 A씨가 지난 12월 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주십시오. 더불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만이 약자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윤석열 퇴진 부산 시민대회 공식 소식채널 ‘뭐라카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단상에 오르기까지는 두려움이 더 컸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내려와라”라고 소리칠 것만 같았다. A씨는 “여의도 집회 영상을 봤는데,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밝히면서 발언한 분이 있었어요. 그때 한 남성분이 ‘내려와라’라고 얘기하는 걸 봤어요. 저도 ‘내려와라’ 소리 들을까 봐 엄청 졸아 있었어요. 그런데 없었어요. 막바지에는 ‘내려오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구나 싶어 울컥했어요”라고 했다. 강남에 땅이 있는 놈들은 그렇다 쳐도, 쥐뿔도 가진 것 없는 이삼십대 남성들과 노인들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할까요? 그것은 시민의 교육의 부재와 그들이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우경화가 가속되는 시대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윤석열이, 또 다른 박근혜가, 또 다른 전두환과 박정희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입니다.저기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파주 용주골에선 재개발의 명목으로 창녀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에서는 대학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고, 서울 지하철에는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으며, 여성들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성소수자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이,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이 받는 차별이, 그리고 전라도를 향한 지역혐오가,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면 집회가 당파성이 적고, 덜 권력 지향적이었다는 점도 어쩌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의도 집회에서는 페미니스트의 자유 발언을 두고 좌중에서 “끌어내려”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여의도 집회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요구의 최대치가 ‘탄핵’ 내지 ‘정권 교체’로 한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가 중력처럼 작용한 셈이다. 권 교수는 “부산 시민 전체의 인권 의식이 높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여의도와 달랐던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 여의도 집회는 민주당이나 정치적 다수자들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장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거기에 비하면 서면은 권력에서 멀고, 도구로서의 쓸모도 크지 않다. 여의도와 달리 서면에 와서 한마디 하려는 국회의원은 없지 않나”라고 했다.
B씨의 ‘한’은 외로움에서 비롯됐다. 가족 몰래 대자보를 썼을 정도로 지역에서도, 집에서도 정치적 견해에 있어 소수자인 그는 줄곧 “외로움과 콱 막히는 답답함”을 느껴왔다. B씨는 “‘비난받으면 어떡하지, 나 혼자 이런 거 들고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벌벌 떨면서 썼는데, 집회에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제 대자보를 읽고 나왔다는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주머니에 초콜릿도 넣어줬다. 생각보다 콘크리트는 두껍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반여성주의를 기치로 지지를 얻은 윤석열 정부의 집권 후 C씨는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탄핵 집회가 열린 전국 각지의 광장에 10~30대 여성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은 윤 정부 치하에서 이들이 그만큼 절박함을 느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에 경제·민생 분야에 한정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C씨는 “먹고사는 문제를 논의의 최소치가 아니라 최대치로 잡고 담론을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먹고사는 것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포기할 수 없는 권리들이 있는데 왜 자기들 마음대로 뒤로 미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저는 계엄령이 선포된 날 국회 앞을 지킨 시민들의 헌신이 감동적이면서도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 이유는 이 무도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자’라고 말하기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라는 심정으로 일상을 내걸고 목숨을 내걸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노골적인 총칼의 폭력만은 막아내자는 결연함 아래 우리가 조용히 체념해야만 했던 그 다른 권리, 다른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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