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상잔의 참상이 여전했던 1950년대 중반, 전쟁에서 비롯한 죽음과 기아의 공포가 전후 사회를 지배했다. 하지만 삶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야만의 전쟁이 남긴 상흔 속에서 실존을 고뇌했고, 누군가는 묵묵히 주어진 삶에 충실하면서 생존을 모색했다.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이었지만, 간난의 세월을 살아냈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도 그중 하나다. 전쟁의 폐허에서 생존을 모색했던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고, 가부장적 봉건 의식에 억눌렸던 여성의 꿈을 응원하면서 당대의 문화예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청년 여성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정년이’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시나브로 존재감을 잃어버린 1950년대 여성국극에 관한 드라마다. “왕자가 사라진 이 시대의 왕자가 되어”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여성국극을 형상화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웹툰과 다른 관점에서 여성국극을 주목한다. 웹툰이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여성국극을 주목했다면, 드라마는 청년 여성의 성장과 성공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왕자 배역으로 인기를 모은 여자 배우가 등장하지만 그가 왜 남자 역할을 맡아야 했는지 말하지 않는 방식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대에 오를 수 없었던, 그래서 남자가 여자 역할까지 맡았던 억압적 시대의 풍경이 드라마에서 전경화되지 않는 이유다.
윤정년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소리를 포기한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천재 소리꾼이다. 소리가 돈이 되는 세상 이치를 일찌감치 깨달았지만, 소리를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불호령 때문에 답답해한다. 때마침 목포 공연을 왔던 매란국극단의 스타 문옥경 덕분에 윤정년은 여성국극의 신세계를 경험한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자명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황홀경을 느낀 그는 여성국극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키운다.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소리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울로 올라가 입단 시험을 거쳐 매란국극단의 보궐 연구생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연구생 공연 ‘춘향전’의 방자 역할을 자기 색깔로 탁월하게 표현하여 인정받고,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자신감이 넘친다.그러나 성장과 성공 서사에는 반드시 시련이 따른다. 윤정년은 연구생 동기를 돕기 위해 다방 일을 하다가 매란국극단에서 쫓겨나는 위기에 봉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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