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을 전년도 합계출산율 발표에 습관적으로 놀라며 시작한 지 몇 년째다. 올해 발표된 작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연초 KBS 특별 대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출산율 1.0명이 목표”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와 같은 가족계획 표어가 난무하던 1970,
80년대 삼남매를 낳으신 내 어머니는 “그때는 낳지 말라고 난리 더니 이제는 낳으라고 난리냐”라는 말로 이 상황을 매우 적절히 논평하셨다. 나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즉 출산율 목표는 필요에 따라 낮출 수도 있는 것으로서 낮은 출산율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 사회가 일정한 규모로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다. 저출산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를 위시해 많은 학자들이 규명한 바, 인구가 통치 대상이 된 것은 근대국가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즉, 인구로서의 인간은 국가의 일종의 도구다. 이는 시장 경제 논리가 사회 전 영역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도구로서만’ 취급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은 도구적이지 않은 관계들을 통해 살아갈 만한 것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복잡다단한 이유의 핵심에는 아이도, 자신도, 이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지 못 할 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자리한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환대하지 않고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 있는 것이다.이런 면에서 높은 자살률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낮은 관심은 시사적이다. 태어나지 않은 이에 대한 많은 말들과 근심과 조바심에 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자살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한국의 자살률이 전 연령대와 남녀 모두에서 OECD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특히 주목할 점은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생의 비밀에 눈떠가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내도 모자란 이 시기에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남녀 자살률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전체 자살률이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8년부터 다시 증가했다는 것, 30대 이하 남녀 청년 자살률이 특히 많이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여성 청년 자살률이 치솟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7년 대비 2021년의 20대 남성 자살률은 30.3%, 30대 남성 자살률은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 자살률은 71.9%, 30대 여성 자살률은 27.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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