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새벽 3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 300여명의 눈이 뒤집혔다. ‘판사를 찾겠다’며 문이란 문은 모두 부순 이들은 법원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현행범 체포 90명, 절반을 넘는 이들
이 20∼30대 청년이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6천명 인파가 몰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노년층인 참가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7080 노인’과 ‘2030 남성’, 절대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세계를 아우른 ‘새로운 극우 연합’의 탄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좌절감과 열패감’을 열쇳말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번 ‘1·19 폭동’을 통해 노년층과 젊은 남성이 결합한 ‘새로운 극우 연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같다.
“그렇다. 노년층은 반공주의 교육을 받았고 그 세계에서 평생 살았다. 이분들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자기가 살아온 세계 자체가 무너졌다고 느꼈을 테다. 2030 남성들은 최근 페미니즘의 대중화·제도화에 강력한 저항감을 갖고 있다. 이들 모두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좌절감과 열패감이 커져 있고, 그것이 윤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묘하게 결합했다. 이들은 ‘누가 나쁜 놈인지, 누가 이 더러운 세상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던져주는 사람을 믿을 준비가 돼 있다.”“브루스 링컨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종교가 3가지 특성 때문에 ‘이데올로기화’하기 쉽다고 말했다. 첫째, 종교는 인간이 가진 이데올로기 중 가장 오래됐다. 그래서 그 자체로 가지는 힘이 있다. 둘째, 종교에는 상징적 담론이 풍부하다. ‘선과 악’이라는 열쇳말을 던져놓으면, 누구를 선 또는 악으로 할지 ‘상징 조작’을 하기가 쉽다. 셋째, 종교는 총체론적이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의 이른바 ‘제도권 종교’ 참여율은 꾸준히 떨어져 왔다. 대신 아주 소수의 결집력 강한 신도들이 제도 밖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사회 전반으로 넓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일으킨 ‘큐아논’이 그랬고, 이번 서울서부지법 사태도 이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처럼 우리도 버티기만 하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고, 지금 잡혀간 사람들이 언젠가 순교자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이들의 확신을 키우고 있다.”“미국 극우가 트럼프 재선까지 이끌어낸 데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한몫했다. 스스로 소외됐다 느끼는 이들을 향해 ‘저 이상한 미친 사람들’이라고 자꾸 타자화하니 반감만 극대화된 거다. 우리도 이들을 대상화할 게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 사람들이 뭘 보고 이런 세계관을 갖게 됐는지를 수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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