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모자에 새겨진 문구는 NSEU. 전국삼성전...
고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2012년 12월 당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내 임경옥씨는 2011~2012년을 삼성일반노조가 가장 바빴던 때로 기억한다. 이 시기 삼성일반노조는 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돕고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연대했다. /임경옥씨 제공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망자 유족으로, 삼성 노조 설립 뜻을 함께하는 동지로 김성환 위원장과 2015년 88일 농성을 함께한 정애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 ‘삼성에 노동조합의 꽃을 피우리라, 노동자들이 일어서는 걸 보리라’ 그것에만 오롯이 몰입하면서 쓰러지기 전까지 투쟁했다. 전국삼성노조가 집회하는 건 결국 못 보고 가셨지만, 저는 그분이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직업병 싸움을 할 때도 처음에는 집회를 할 엄두조차 못 냈다. 회사에서 유령집회 신고를 낼 때라, 집회신고를 못한 날은 스피커도 못 쓰고 맨 목소리를 내면서 1인 시위를 해야 했다. ‘삼성 앞에서 어떻게 하나’ 겁이 나고 무서워서 처음엔 못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삼성도 다른 기업처럼 싸울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런 용기를 줬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분이 충분히 심어놓은 씨앗이 지금 싹을 틔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창업주의 무노조 유지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01년 12월 울산의 한 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저희 아버지께서 납치당하셨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삼성SDI에서 일하는 아버지 A씨가 “아빠 납치된다. 경찰에 신고해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당시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회사 관리자들에게 2박3일을 끌려다녔다. 관리자들은 유인물 작성 사실을 시인하고, 앞으로 노사 문제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종용했다. 중간에 탈출을 하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두 발목과 허리를 다치고 다시 붙잡혔다. 그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사흘 만에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에서도 언급된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 일했던 김 변호사는 2007년 삼성의 불법 경영 승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폭로했다. 그는 책에서 “B씨에게 ‘정말로 위치 추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B씨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인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과 2009년에도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 다시 고소했지만 검찰은 재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2005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삼성을 신비화하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며 “삼성의 정보력이 대단하다,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말로 삼성 무노조 신화를 깨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삼성에 지는 게 아니라 단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2003년 업무방해죄로 받은 징역 3년형의 집행이 4년간 유예된 상태였다. 명예훼손 사건으로 징역 5개월 선고를 받으면서 앞서 유예된 3년형까지 집행이 이뤄졌다.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 삼성을 상대로 노동기본권을 획득하려 10여 년 동안 투쟁한 김 위원장이 양심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노동자 중 국제앰네스티의 양심수가 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김 위원장은 감옥에 있는 동안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고 노회찬 의원 등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로 그의 사면을 촉구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임기 말이었던 2007년 연말 사면됐다. 34개월을 복역한 뒤였다. 고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 위원장의 아내 임경옥씨를 지난 5월 27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씨는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돌던 김성환 위원장을 대신해 가족을 건사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한결같았다. 앞뒤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
임씨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또 다른 장면은 2006년 5월 김 위원장의 옥중 단식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정치권·검찰 로비 의혹이 담긴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자 수사를 촉구하는 단식을 하는 등 옥중에서 9차례 단식을 했다. 2006년 5월에는 영등포교도소 재소자 방에 창문을 내주고, 주말에도 운동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단식을 했다. 교도소는 방마다 창문을 내는 공사를 시작했다. 임씨는 “자기가 처한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김성환씨는 그때그때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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