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하는 등 과실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실종 하루 뒤인 지난달 20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 마련된 해병대 숙영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언론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안보실에 전달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브리핑이 예정돼 있지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약 한 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언론브리핑 자료 등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지난달 15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 계획을 인지했는데 이 사실을 이틀 뒤에야 여단장에게 알렸다. 이날은 장병들이 예천으로 이동한 당일이자 수색 작전이 진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여단장은 이 때까지만 해도 물 속에 들어가기 보다는 하천변을 걸으면서 두 눈으로 수색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 장구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수사단은 주장했다.
수사단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 중에서도 사단장의 과실이 특히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현장부대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받아 현장 지휘관들이 안전대책 강구 등 작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수색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입수 계획이 없었으나 사단장의 복장, 경례 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지휘관이 지휘 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돼서 채 상병이 수색작전 임무 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자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언론 브리핑 자료를 지난달 31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오후 수사단은 안보실 요청에 따라 자료를 송부했고, 31일 이 장관의 지시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 측은 이를 외압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안보실에 브리핑 자료를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브리핑 취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사실이 기재된 수사보고서 등 순직 사건을 민간경찰에 이첩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회수했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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