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북광장은 오랫동안 인현동 쪽방촌 주민들이 이용하는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로와 접한 북동쪽 일부를 제외하고, 광장의 나무들이 수종에 상관없이 짧게 가지치기가 돼 있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 동구청이 ‘주취자 추방’을 위해 짜낸 ‘묘수’였습니다.
19일 낮 12시께 인천 동구 북광장. 광장에서 흡연·음주 자제를 요청하는 펼침막이 걸린 나무가 윗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가지치기가 돼 있다. 이승욱 기자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730’을 쳐보세요. 잠시만 서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아스팔트 복사열로 주변 건물들 윤곽이 흔들려 보일 정도였다. 햇볕 피할 곳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지만, 광장의 나무 그늘은 하나같이 옹색했다. 도로와 접한 북동쪽 일부를 제외하고, 광장의 모든 나무들이 수종에 상관없이 짧게 가지치기가 돼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을 찾은 19일 오후, 이곳의 낮 최고기온은 31도를 기록했다. 동인천역 북광장은 오랫동안 인현동 쪽방촌 주민들이 이용하는 휴식 공간이었다. 의지할 냉방기구라야 낡은 선풍기가 전부인 쪽방촌 주민들에게 광장의 나무 그늘은 수시로 찾게 되는 한낮의 무더위 피난처였다.
광장을 이용하던 쪽방촌 주민들은 구청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인천역 주변에서만 40년 넘게 살았다는 최성일씨는 “주민들이 허구한 날 술 마시고 싸움박질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는 우리한테도 소중한 곳이라서 어떻게든 주변에 피해를 안 끼치려고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가 나서서 말린다. 그런데 사람들 쫓아내려고 나무 그늘을 싹 다 없애버렸다. 우리 처지가 너무나 비참하다”고 말했다. 북광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ㄱ씨는 “사람들 모여서 쉬라고 광장을 만들었을 텐데, 쪽방촌 노인들이 모여 있는 게 보기 싫다고 나뭇가지를 쳐버리는 건 너무 야박한 것 같다”고 했다.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는 광장에 나오는 쪽방촌 주민들을 “대부분이 특별한 일거리가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소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여름에 덥고 답답한 쪽방 안에만 있을 수 없으니, 주변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광장으로 나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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