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서른넷 빨리도 떠난 진이정 시인 3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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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제비꽃,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공연서른넷에 떠난 진이정의 시 세계 되새겨

1994년 1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주인 없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진이정 시인의 첫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의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정작 주인공인 진이정 시인은 그 자리에 올 수 없었다. 시집 출간을 위한 편집 작업이 한창이던 그 전해 11월19일 시인은 지병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떴던 것. 1959년생이니 만으로 겨우 서른넷, 창창한 나이였다. 영양분 섭취가 필수적인 병을 앓으면서도 섭생에 무심하다시피 했던 그의 죽음을 두고는 자살이라는 소문도 없지 않았다.출판기념회는 진이정의 ‘21세기 전망’ 동인 시인들이 주관했고, 그중에서도 고인과 가장 가까웠던 유하 시인이 시집 속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참석자들에게 건넸다. 목차 앞장에는 ‘유하에게’라는 헌사가 인쇄되어 있었다.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는 유하 시인은 1985년부터 진이정과 함께 2인 동인 활동을 했고 자신의 첫 시집 ‘무림일기’를 이런 말과 함께 진이정 시인에게 바친 바 있다.

주인 없이 세상에 나온 진이정의 유일한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뒤에는 지금은 작고한 평론가 황현산의 해설 ‘허망한 나라의 위대한 기획’과 유하 시인의 발문 ‘진이정, 엘 살롱 드 멕시코를 위하여’가 실렸다. 이 발문에서 유하 시인은 진이정이 주도하는 굿패 모임에서 그를 처음 만난 일에서부터 2인 동인을 하던 시절의 추억을 다감하게 풀어 놓았다.“서로에게 시를 디밀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두근두근 앉아 있던 날들. 그가 칭찬하면 날아갈 것 같았고 그가 혹평하면 지옥이었던 시절. 난 그 시절 하루 이천원의 용돈으로 근근이 살아냈지만, ‘이상하게도 늘 행복했지.’ 그래서 일생 동안 마실 술을 그 한 시절에 다 마셔버렸다.”

진이정의 초판 시집에는 표제작인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연작 10편을 비롯해 모두 38편이 실려 있다. 허무와 죽음의 그림자가 시집 전체에 진하게 드리워져 있는데, 불교적 윤회론에다 요설과 해학이 곁들여져 있어서 분위기가 그다지 어둡거나 절망적이지는 않다.“꽃이 별이 아니 시간이 흐릅니다 나도 저만치 휩싸여 어디론가 떠내려갑니다 아아 무량겁 후에 단지 한 줄기 미소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그대와 나의 시간, 거품 같은 이름도 흐르고 흐를지면 언젠간 당신에게로 다가갈 좋은 날 있을 것인가요 그런가요 움직임이시여 어머니 움직임이시여 고여 있는 ‘나’의 슬픈 반짝임, 받아주소서 받아주소서”

첫 시집이 곧 유고 시집이 된 운명이라는 점에서 진이정은 윤동주와 기형도에 이어진다. 그러나 두 ‘선배’에 비해 진이정의 시들은 눈 밝은 소수를 제하면 그리 많이 읽히지 않았다.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가 지난해 10월 출판사 문학동네의 복간 시집 시리즈에 포함돼 다시 나온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윤동주는 물론 또래였던 기형도 시인 역시 번듯한 문학관이 세워져 독자들을 맞고 있는 것과 달리 진이정 시인을 기리는 건조물이나 행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의 30주기에 맞추어 열리는 추모 공연은 그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첫 기회가 될 것이다.진이정 시인 30주기 추모 공연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는 극단 제비꽃 주최로 다음달 18~19일 서울 중구 필동 ‘하제의숲’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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