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비용 고민하다 알아차린 끈질긴 '주부 습성' PT비용 주부 이지애 기자
지난 연말 헬스장 PT를 등록했다. PT는 생전 처음이었다. 겨우내 춥다고 게으름을 피웠더니 체력이 떨어져 어지럼증까지 도졌던 터다. 동네 병원에서는 과로했냐며 전정기관 기능이 약해졌으니 푹 쉬라고 했다. 연말 작은 애 입시 결과에 조바심 낸 것이 탈이었을까. 한 달 동안 약을 먹으며 몸을 사렸다. 몸이 약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 통증들이 시작됐고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고민하느라 운동 시작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게 문득 한심했다. 평소 애들과 남편을 위해서라면 거금이 드는 곳에도 거리낌 없이 척척 쓰면서, 도대체 내 몸 돌보려는 비용에는 왜 이리 민감한지. 결혼 20여 년 동안 이리도 깊이 박힌 주부습성이라니... 나는 급할 게 없다고 뒤로 미루는 게 어느새 고질적인 습성이 되어버렸나 보다. 돌아보면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나 자신을 챙기는 일은 대개 뒷전이었다. 그렇게 빠져든 PT의 세계는 매우 흥미로웠다. 기구에 앉아서 몸을 놀린다고 저절로 근육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근육이 제대로 자극받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가 관건이었다. 자세감각을 익히며 대퇴사근과 햄스트링, 대둔근, 중둔근 등 근육이름들을 익히는 재미도 있었다. 근육이름들로 새로이 알아가는 나 자신이랄까? 그간 일체로만 여겼던 몸을 부위 별로 인식하고 각종 근육 이름들로 부르는 일이 점점 친숙해졌다. 마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던 김춘수 시인의 시구처럼, 근육들의 이름을 알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내가 돌봐야 할 온전한 내 몸의 일부로서 의미 부여가 된 것 같았다. 브릿지, 플랭크, 데드리프트 등 여러 자세의 이름들과 렛풀다운, 레그 익스텐션 등 각종 기구들의 이름도 함께 익혀갔다. PT라는 새로운 세계는 새로이 알아가는 어휘만큼씩 다가왔다.
사람 몸이란 어찌 이리 신비로운지. 방치하면 조금씩 뻣뻣해지다 기어코 탈이 나지만, 또 운동하고 잘 돌보면 금세 회복하는 힘을 가졌으니 말이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강조하는 트레이너님 말씀에 따라 식사에 주의를 기울이니 체중까지 약간 줄어 일거양득, 두 배의 기쁨이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PT의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오랜 시간 고민하다 낸 PT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10회 PT 수업이 거의 끝나가자 수업을 더 받고 싶은 욕심이 올라왔다. 효과를 보았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등록하면 될 것을 질긴 주부습성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스멀거렸다. 건강을 좀 더 챙기느냐, 돈을 아끼느냐의 갈림길에 또 서성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민을 짧게 잘랐다. 결심에 방해되는 생각들을 쳐내고 바로 눈 딱 감고 등록해 버렸다. 운동을 게을리하다 혹시 또 아프게 되면 병원비로 내는 돈이 더 아까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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