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표준 독점 경쟁 속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자립과 문화주권 운동의 중요성을 분석한다.
정과리 문학평론가·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버린 AI, 즉 AI 주권 이 비상한 관심사라고 말한다. 문헌학자들에 따르면 소버린(Sovereign)은 어원적으로 최고 권위의 원칙을 뜻하며, 로마시대부터 민족 간의 지배와 종속 문제에 적용되었다.
이 지배와 종속의 사안이 오늘날 AI 주권 다툼에서도 핵심이다. AI 주권 문제가 국가 간 경쟁 층위에서 발생하며, 주권은 나눌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해 승자독식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이는 표준의 문제다. AI 시스템 진화에서 누가 표준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모든 AI 관련 공정과 생산품이 종속되며, 다른 표준은 도태된다.
이는 사자가 다른 씨앗의 새끼 사자를 물어 죽이는 것과 같다. 유럽은 구글 프로젝트에 반발했으며, 비영어 문헌의 디지털화 촉진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여전히 영인본에 신경 쓰지만, 사유 자립에서 기술 자립이 싹트고 있다. 주권 문제는 근대국가에서 더 요란한 다툼이 되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눈에 띄면서 자유 원리가 평등 원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큰 심리적 호응을 얻는지가 표준 독점을 결정한다. AI가 용트림하는 현재, AI 주권은 모든 국가의 긴급 현안이다. 한국 같은 후발국은 거대 빅테크의 본거지 숙주에 기생하는 처지에서 절박성이 방울뱀 꼬리처럼 진동한다.
한국이 AI 표준을 거머쥘 수 있을까? 쉽지 않지만, 표준 독점이 아닌 자주가 당장의 목표여야 한다. 표준 수립 추세에 호응하되 독자적인 부문이나 규격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가령 한국의 디지털 산업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강하고 설계보다 제조가 능하며, 이 특성은 한국을 강소국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방향은 AI 시스템을 수동적 반응 구조로 이끌어 한걸음 늦는 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MASGA 아이디어를 먼저 냈지만 추진 전망이 없다. 따라서 시스템 자체의 독자성, 즉 자립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배적 표준과 상응하면서 차별화해 표준의 약점을 보완하고, 미래 표준 가능성을 암시하는 잠재적 표준형을 구축해야 한다.
즉 따라가되 변형하는 길이다. 자립은 기술 자립뿐 아니라 사유 자립까지 이룰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AI 주권 문제가 불거지기 20여 년 전 발화한 문화주권 소동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은 2004년 구글 프린트 프로젝트로 영어 문헌 전체를 디지털화해 무료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도는 출판사 생존 위협과 대규모 저작권 침해 우려로 계류되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점은 영어권 도서의 세계적 확산이 가져올 사유 형식 독점에 대한 우려였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장 장 노엘 잔느네는 2005년 르몽드에 기고해 구글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이 영어 문헌과 영미권 시각을 최상단에 노출해 역사 해석과 문화의 영미권 종속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어 중심 디지털화는 비영어권 언어와 문화의 영향력을 급격히 축소하는 문화적 획일화를 초래한다고 말이다.
이 우려는 텍스트 디지털화를 막지 않고 오히려 촉진했다. 비영어 문헌 디지털화의 각성에 풀무 역할을 한 것이다. 프랑스어 문헌을 디지털화하는 갈리카 프로젝트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많은 프로젝트가 솟아났다. 한국은 정보화에 앞섰지만 문화주권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한문 고전을, 국립중앙도서관이 근대문헌을 디지털화하는 데 애쓰지만, 여전히 대부분 중요한 과거 문헌을 사진 영인본으로 보고 있다. 이 차이는 엄청나다. 디지털화된 문헌은 검색, 비교, 종합, 요약이 자동 처리되지만 아날로그 문헌은 개인의 피나는 노력으로만 해독되고 유통도 어렵다. 필자는 이런 부실함이 AI 주권 문제에도 작용할까 불안하다.
AI 주권을 기술 선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AI 주권은 독점이 아니라 자주 방향에서 생존의 길이 있다. 이는 전 세계 AI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과 연계된다. 즉 나눌 수 없는 주권을 나눌 수 있게 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운동 자체가 하나의 정신이다. 독점에서 공진화로 방향을 돌리는 정신이 AI 경쟁 토네이도에 성찰적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근대국가에서 주권 담론이 국민주권으로 발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권의 핵심은 국가 주권이 아니라 모든 개인에게 귀속되는 국민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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