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할머니가 처음으로 써 본 '사랑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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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할머니가 처음으로 써 본 '사랑해요, 감사해요' 봉화 한양오백년가 부모보은록 춘양 한양가 김은아 기자

봉화 춘양에 와서 나는 많은 할매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녀들은 모두 '나의 할머니'이자 '춘양 엄마'이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면 안부가 궁금해지고 걱정이 되는 걸 보니 어느새 가족처럼 마음 방 아랫목 한쪽을 그녀들이 차지하고 있는가 보다. 우리 마을에 홀로 사시는 96세 할머니는 나의 '할매찐친' 중 한 분이시다. 이번 설엔 집에 갈 상황이 되지 못해 96세 할머니와 새해를 함께 보냈다.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시지만,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신다며 9번과 5번을 틀어달라고 하신다. 뉴스 외에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으니 사실 잘 모르지만, 채널을 다 돌려도 가수들은 아침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앞집 오마이, 뒷집 오마이 다 괜찮다고 하는데 내 귀에 자꾸 위잉 위잉 막 소리가 들려. 어떤 날은 보일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방에서 뭐가 삑삑거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때도 많아... 근데 여 오마이들은 아무 소리가 안 난대. 나 혼자만 들리는가 봐. 작년 가을에는 마당에서 팥을 까고 있는데 우리 언니가 왔더래이. 아이고, 언니 오셨소! 하고서 얼른 밥을 차려왔어. 그런데 밥을 차려갖고 오니까 우리 언니가 없어졌어. 한낮인데 너무 생생했어. 아무한테도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옆집 오마이한테 말을 했더니 기운이 없으면 헛거이 보인다고 밥을 차려주더라고. 밥 잘 묵으면 그런거이 안 보인다고... 이상해.할머니도 고우시지만, 할머니의 언니는 정말 미인이시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언니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늘 보신다."언니가 왔다 간 다음 날 꿈을 꾸었어. 남자 하나 하고 여자 하나가 오는데 처음 본 사람이야. 나한테 뭐라고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들었어. 그리고 같은 꿈을 또 그렇게 꾸었지!"꿈에 돌아가신 분이 나타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기도 하고, 또 할머니 연세가 있으시니 우리 할머니 곧 가시려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한다. 이제 좀 친해졌는데 벌써 어딜 가시겠다는 것인지...

글의 문체도 어렵고 가로가 아닌 세로 방식으로 써 내려진 것을 필사한 것이니 당연히 마을 어르신들이 보실 때는 어려웠을 법하다. 그러니 '뭔 말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퉁을 치신 듯하다. 동글동글 반듯반듯하게 잘 그리셨다. 이중모음, 이중 자음은 못 읽으시고 간간이 쉬운 글자들은 몇 개 읽으셨다."뭐가 잘 써. 면에서 오는 사람도 뭔말인지 말이 안 된다고 하는데.... 하하하."할머니가 고이 보관하고 계시는 책은 '한양오백년가'와 '부모보은록'이다. 먼저 훌쩍 떠나신 할아버지 생각이 나셔서였는진 알 수 없지만, 할머닌 글을 그리셨다.할머니의 귀가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해졌다. 속 시원히 들리면 뭐라도 알려드릴 수 있는데. 할머니는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으시는 듯했다. 종일 들리지 않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화면을 바라보시는 할머니께 뭐라도 하나 알려드리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수많은 대화를 하고 표현을 하며 다들 숨 가쁘게 인생을 살아내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이 여덟 자 아닌가 싶다. 태어나서 제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며 산해진미를 먹고 살아도 결국은 딱 한 줌의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듯 인생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감사와 사랑뿐이지 않은가. 할머니는 소리내어 이 글자를 몇 번이고 읽고 또 써 보신다.참 좋은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할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주셔서 감사해요!' 속으로 되뇌어본다. 덧붙이는 글 | - 꿀벌이 꽃가루에서 꿀을 채취해오면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벌꿀이 바로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발효와 수분건조 과정을 통해 변하지 않는 꿀이 됩니다. '사랑'과 '감사'라는 것도 결국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하는 변함없는 진리인가 봅니다. 매 순간 표현해도 좋은 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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