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소송 “이겨야 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판결문에 깊이 새긴 ‘일본국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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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하는 싸움이었다. 정말 이길 줄은 몰랐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08호 법정. ...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법률 대리인단 김예지, 양성우, 이상희, 류광옥 변호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12.13 한수빈 기자

소송은 2016년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가 졸속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타결한 지 1년째 되는 2016년 12월28일, 위안부 피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의 유족 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일본 정부가 소장 수령을 거부해 첫 재판은 3년이나 미뤄졌으며, 1심 재판부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위법 행위는 한국 법원의 재판권이 미치지 않는다며 2021년 4월 각하 판결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할머니 11명 중 10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용수 할머니가 유일하게 남았다. 피해자들에게 국내 소송은 최후의 선택이었다. 김학순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1991년부터 일본 정부·기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2006년에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확인하는 헌법소원을 냈고, 2011년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놓고 한국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015년 졸속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면서 피해자들은 또다시 소외됐다.

양성우 변호사는 말했다. “보수적인 학자나 국제법 전문가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받아들이거든요. 처음엔 저조차도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십 차례 세미나를 하고, 외국 교수들의 서적과 논문도 안 본 게 없어요. 어느 순간에는 확신이 드는 거예요. 국가면제는 고정불변의 법리가 아니구나, 이런 확신이요. 재판은 나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류광옥 변호사는 “국제인권의 흐름은 국가에서 개인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시소가 있다고 비유한다면요. 이전에는 국가만 시소에 오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쪽에 국가가 있으면 다른 한쪽에 개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추세예요. 더는 국가와 국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개인과 개인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법원이 개인의 ‘재판 청구권’을 인정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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