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지금 어느 정도 위기일까.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주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소수자를 배척하는 극우 정치세력이 빠른 속도로 세...
사진 크게보기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경향신문과의 영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제공
클린턴 전 장관은 기술 발전도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소셜미디어는 소수자 혐오 발언을 더 쉽고 빠르게 퍼나른다. 고도화한 인공지능 기술은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교묘하게 짜깁기한 ‘딥페이크 영상’을 퍼뜨린다. “트럼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론 조사를 보면 그의 인기는 오랫동안 정체돼 있다. 독재자형 인물과 권위주의적 정당의 부상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데는 동의한다. 극우 정당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재자들은 최근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가 여전히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지, 심지어 제대로 작동은 하는지, 어쩌면 권위주의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의 민주적 제도와 규범이 훼손된다면 민주주의가 논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워진다. 다른 국가에 법치주의와 정치적 다양성 확보, 평화적 권력 이양을 존중하도록 권유하기도 힘들어진다. 민주적 가치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다. 반대 의견을 탄압하고 인권을 부정하는 독재 국가와는 극명히 대비된다.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엔 여러 요인이 있다. 그 중 소셜미디어는 음모론이 이전보다 훨씬 넓게 확산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이를 ‘외로움 전염병’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외로움은 개인과 사회에게 모두 해롭다. 외로움이 분노와 원망, 편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외로움은 사회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정치 양극화와 적대감을 키운다. 이웃과 지역 사회를 신뢰하지 못할 때 권위주의와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 외모나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보는 혐오 가득한 말들에도 쉽게 넘어간다.”“한 가지 방법은 개인이 지역사회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시민들은 분열된 중앙 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지역 정치에 참여하면서 절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다.
“언급한 문제들은 미국의 인종과 계층, 종교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생겨난 역사도 복잡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복잡할 것이다. 언급한 사례 외에도 투표권을 억압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입법적 시도가 미국에서는 발생한다. 정치학자들은 이런 ‘입법 전술’이 쿠데타처럼 극단적이진 않을지라도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민이 민주적 기관을 불신하기 시작하면 다음엔 아예 관심을 갖지 않게 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강한 야욕을 가진 소수에게 무관심한 다수가 지배받도록 만드는 행위다.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평등은 공짜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미국 역사를 보면 건국에서부터 남북전쟁, 여성 권리 운동, 민권 운동, LGBTQ 권리 운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역시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하려는 일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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