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월드국제영화제와 독일 뮌헨다큐영화제가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쟁, 기후위기, 가정폭력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관객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3차원 가상세계 속으로 들어가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이 형식은 평면 영화보다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접근이 차단된 가자지구 현장을 360도 ...
고양이는 자신을 잃은 상실감의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린 주인과 병원 시스템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기후위기로 갑작스레 홍수가 난 집안에 갇힌 느낌은 어떨까.
가정폭력 생존자의 심리와 상황은 어떨까. 외신의 접근이 완전히 차단된 가자지구에서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는 올해 체코의 원월드국제영화제와 독일의 뮌헨 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된 가상현실 영화가 던진 화두다. 우리는 평소에 다양한 타인의 삶을 재현한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주인공에 감정이입 한다.
하지만 스크린과 다소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감독이 정해준 2차원 프레임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전통적인 평면 영화 형식 은 작품성이 훌륭하다고 해도,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정서적 몰입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자연재해나 전쟁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는 관객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 가상현실 미디어 감상은 우리의 공감대를 더 높이지 않을까. VR 영화는 관객이 직접 시점과 공간의 주도권을 쥐고 3차원 가상 세계 속으로 들어가 사방을 둘러보는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VR 형식 영화의 장점 지난 5월 28일 만난 체코의 원월드영화제의 토마시 포슈툴카 수석프로그래머는 'VR 형식 영화가 우리의 공감대를 높이고 기후 위기 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더 효과가 있는지' 묻자"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우리가 선보였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가자 지구의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경험, 가정 폭력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안전한 공간 및 지원의 부재를 체감하는 경험, 낯선 타국에서 이민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체험하는 경험 등 모든 주제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몰입했을 때 훨씬 더 강렬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오직 자신만의 경험과 마주한 채 홀로 그 상황 속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우리가 이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VR기술은 우리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인권 콘텐츠에 새로운 차원과 깊이를 더해준다"고 평했다. 특히 전쟁지역에서의 가상 체험이 인상적이었다. 360eh 영상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를 제작한 VR 체험 디지털 플랫폼인 '프런트라인 인 포커스 XR' '은 자체 웹사이트에서"우리의 주요 고객층은 국제 언론 매체와 비정부기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팬데믹과 각종 안보상의 위협으로 국제 기구들이 전쟁 지역에 직접 접근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언론인, 실무진, 후원자들이 직접 갈 수 없는 현장으로 이동해 현장과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숙련된 현지 언론인들이 직접 찍은 전쟁 지역 및 접근이 어려운 머나먼 현장 VR 체험 영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실제 38분간에 걸쳐 이 가상현실 체험에 직접 참가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봐 온 짧은 동영상과는 다른 층위의 참혹함이 느껴지는 평생 잊지 못할 독특한 경험이었다. 원월드영화제는 체코의 엔지오, '피플 인 니드'가 주최하는 인권및 환경 다큐멘터리영화제다. 동종 행사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매해 봄 체코의 프라하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두 번 열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버전으로 소개되는데, 수도 프라하에서의 상영이후 체코내 약 60개 타운에도 같은 프로그램이 전송된다. 이 영화제는 지난 10여 년간 몰입형 영화 , 360도 영상 , 및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들을 다뤘다. 기존의 전통적인 인권 다큐멘터리의 서사 형식을 넘어선 풍성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토마시 포슈툴카 프로그래머는"관객이 이러한 특정 미디어 형식에 몰입하며,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우리가 관객에게 제시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직접적인 참여와 상호작용, 몰입을 통해 더욱 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서"이러한 시도는 우리가 형식과 유형을 탐구하게 만들며 '인권 콘텐츠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자신의 고정관념과 기대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고 전했다. 독일의 뮌헨다큐영화제 질케 슈미트 프로그래머 역시 VR형식이 기존의 다큐멘터리에 비해,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거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봤다.
그는"VR은 관람객이 이야기 속에 직접 존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의 평면영화 형식 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저는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VR 콘텐츠를 관람한 후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TV 뉴스를 볼 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 않나"라고 평했다. 또한"특히, 기후 위기와 같은 주제는 그 성격상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쉬운데, VR을 활용하면 관람자가 그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섹션에 초청된 VR 프로젝트, 의 필리프 코엔 솔랄 감독 또한 VR의 긍정적인 유용성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솔랄 감독은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가상 현실은 시각, 청각, 서사적 측면에서 제공하는 강력한 몰입감을 바탕으로 한다. 관람자를 일정한 거리에 두는 경우가 많은 기존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과는 달리, 피해자들—특히 전쟁 속의 아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헨리 다거 의 작품속에서 주인공인 '비비안 걸즈'는 자신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군대에 맞서 반란을 주도하는 일곱 명의 용감한 소녀들이다. 관객은 군인들로부터 직접 총을 빼앗는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소녀들의 성공적인 투쟁에 직접 동참한다. 이 덕분에 관객은 더 이상 무력한 제 삼자가 아닌, 능동적인 평화의 행위자가 되는 효능감도 느낀다. 한편 이 영화제를 찾았던 뮌헨 기반의 VR 컨텐츠 제작자이자 소셜 VR 아티스트인 크리스티나 키네 는 VR 미디어 형식과 공감능력 확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본인의 체험담을 전했다.
키네 감독은"팬데믹 기간 어린 자녀 두명의 양육으로 너무 바쁜 탓에 친구들과의 만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행히 소셜 VR을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특별히 접촉할 기회가 적은 과대 비만인들이나 트랜스젠더 VR 유저들을 이 플랫폼을 통해 알게 되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전했다. 소셜 VR는 다수의 사용자가 공유된 3D 공간 내에서 상호작용하고, 교류하며,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상 현실 플랫폼이다.
참가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맞춤 설정이 가능한 아바타로 표현되며, 실시간 공간, 음성 및 신체 제스처를 활용하여 소통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근래 유럽영화계에서는 VR프로그램이 왕성하게 소개되고 있다.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베니스 이머시브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총 27개국 69편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확장 현실 프로그램은 몰입형 설치 미술, 영상등을 포함한 몰입형 예술 및 미디어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췄는데 다채롭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들을 보여주었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도 작년 '몰입형 미디어 '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가상 현실 및 혼합 현실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이교도 설화에서부터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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