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좀비학습지, 이게 퍼지게 된 이유 방서현 소설 특수고용직_노동자 학습지교사 좀비_시대 장순심 기자
책을 펼치자마자 잊고 살았던 먼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학습지 교사로 이름을 올리고 가정을 방문해서 아이들과 글쓰기 활동을 진행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 주변의 것에서 사물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었다. 가르침은 즐거웠지만 기억에서도 희미할 정도로 길게 가지는 않았다.
생각과 달리 학습지 교사로서의 연우의 삶은 순조롭지 않다. 회원 모집을 강요하는 지국장, 휴회를 하겠다는 학부모와 공부 생각이 전혀 없는 아이들. 10분의 관리 시간은 학생을 가르치고 새로운 과목 테스트도 하게 하고 학부모에게 추가 가입을 종용하고 계획에 없던 변수까지 감당해야 하는 난감한 시간이다. 연우는 그곳에서 대학 동창이었던 수아를 만난다. 자연스럽게 하는 일의 어려움을 나누며 둘은 가까워진다. 학습지 교사로서의 현실, 노동 착취, 고용의 문제와 위탁사업의 병폐는 수아의 투신자살로 인해 표면으로 부상한다. 수아의 죽음과 회사의 사후 처리 과정에서 연우는 자신이 겪었던 부당함과 수아가 겪었을 어려움의 실상을 자각한다. 그녀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현실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한다.
학습지 회사는 가르치는 일도 힘든데 교재 정리에 회원 관리, 홍보 활동, 수금 등 많은 노동이 요구된다. 매달 말일 마감을 할 때마다 피 말리는 실적 경쟁을 해야 하며, 월초에 주어지는 실적을 못 채우면 관리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계약해지를 감수해야 한다. 고소득 프리랜서라 홍보되는 교사들은 실적을 맞추라는 강요에 유령 회원을 만들어 회비를 대신 물고, 회원에게 회비를 받지 못하면 월급에서 자동으로 제한다. 개인사업자라는 허울로, 불합리한 조건을 지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들이 바로 학습지 교사인 것이다. 1인 시위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시도한 퍼포먼스에서 그가 쓴 '좀비들'은 누구였을까? 1평도 안 되는 고시원 좁은 공간에 안식했던 수아였을까? 옥탑방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만찬을 즐기던 연우였을까? 아니면 인간의 어떤 감정도 상실한 듯 보이는 수재 기업의 사람들이었을까? 어느 것도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에서는 누구든 좀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소설은 간접고용과 중간착취의 위험, 엄혹한 노동 억압을 겪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을 얘기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살을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비극적 현상으로 봤다. 엥겔스는 에서"많은 빈곤한 사람들이 어떤 도피 수단도 없는 처참한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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