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배그, 피파… 만약 금메달을 딴다면, 어떤 종목에서 나올 것 같으신가요?\r※중앙일보 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로그인하고 '꿀정보' 받아 가세요.\r아시안게임 e스포츠 팩플
2000년대 초반 모 언론사 대학생 인턴기자로 활동할 때였습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인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등 기라성 같은들이 팬덤을 만들었고 e스포츠라는 신산업을 개척하고 있었죠. 당시 저는 놀라운 승률로 스타리그를 빠르게 평정하고 있던 한 프로게이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흡사 우주복을 연상케하는 유니폼을 입고 현란하게 마우스·키보드를 조작하며 기상천외한 전술로 상대를 무너뜨리던 그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보다 좀 어렸지만요.
그런데 실제 인터뷰 후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장소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며 나타난 거야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자기 생각을 얘기하지 못하고 옆자리에 앉은 코치님 눈치를 심하게 보는건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퀭한 눈의 그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스타크래프트를 연습하며 보낸다고 했습니다. 거의 모든 질문에 그를 대신해 코치님이 “자만하지 않고 연습해서 1위를 유지하겠다”는 비장한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저렇게 게임만 해도 될까 싶을 정도였죠. 프로 게이머의 삶에 대한 저의 환상은 그렇게 깨졌습니다. 해당 인터뷰 기사도 결국 ‘킬’ 됐구요.
당시만 해도 프로게이머의 삶은 열악했습니다. 체계적 훈련은 없고 그냥 PC방에서 게임을 오랜시간 연습하는게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좀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정말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유명 선수는 수십억원 연봉도 받죠.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과거 팀에 합류하기 전 선수들을 만나 보면 혼자서 한주에 60시간 80시간씩 연습했던 경우가 있었다”며 “그렇게 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전문가들에게 교육 받으면 그보다 적은 시간으로 더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며 “애들이나 하는 거라 무시받던 게임이 당당히 스포츠 대접을 받고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까지 포함된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 산업적 성숙도가 반영된 거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수억명이 즐기는 주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e스포츠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