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추도비 옆에서 7년간 먹고 잔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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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추도비 옆에서 7년간 먹고 잔 일본인 아라카와 민병래 기자

니시자키는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신문에 보도된 것보다 풍부한 증언을 모아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의 손에는 1923년에 만든 '안부조사표'도 들려 있었다.이 자료는 가 1923년 9월 14일부터 10월 8일까지 6회에 걸쳐서 만든 자료다. 는 편집장 이상협을 특파원으로 파견해 동포의 피해를 조사했는데 교통과 통신이 마비된 지라 여의치 않았다. 이상협은 동포들의 생사를 묻는다며 일본 신문에 광고를 냈다. 이를 통해 연락해 오는 사람과 조선총독부 도쿄출장소에서 확보한 생존 유학생의 명단까지 참조해 안부조사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요츠타니에서 신문 배달을 하다가 그 후 혼소임정의 고학생 기숙사에 들어가 나초를 팔면서 연수관에 다녔다. 신주쿠의 신문 보급소로 옮긴 것은 지진이 나기 일주일 전. 점주는 타케다 코쥬로였다. 처음 겪는 지진에 정신없이 피난자의 대열에 끼어 야스쿠니 신사로 갔다. 책 제목에 '봉선화'가 들어간 것은 1988년 추도식 때 조선인 여성 한 명이 어린 봉선화 나무를 가지고 와 강변에 심은 게 계기였다."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재일 조선인이 사랑한 노래였다. 그 후 추모제 때마다 봉선화 씨를 아라카와 강변에 넓게 뿌렸고 이 꽃은 풍성하게 자랐다. 마치 둔치에 묻힌 영령이 꽃으로 피어나는 듯했다. 덕분에 책 이름에 봉선화를 넣게 되었다. 선산군에서 갔던 사람 44명 중 메구로 수용소에 잡혀있던 31명이 돌아왔다. 이 수용소에는 스가모 경찰서와 센주 경찰서로 연행된 사람이 수용됐었다. 돌아온 사람은 이성덕, 이성기, 김원국, 김기병, 임안출, 박돌석 등이고 친족이고 사촌 간이었다.

니시자키는 '봉선화' 책 초판의 집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가 1985년에 중학교 영어 교사로 발령을 받은 데다가 주말 특별활동인 축구 교실의 지도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초임 교사로서 부담도 있고 이런저런 잡무에 주말 특별활동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연스레 추도 모임의 문헌반 활동을 하기 어려웠고 한국 조사를 다녀오긴 더욱 힘들었다. 니시자키의 마음과 추도 모임의 정성이 통해서인가? 추도비를 세울 수 있는 터가 나왔다. 해마다 추도식 후 뒤풀이 장소였던 선술집 주인이 추도 모임의 뜻을 헤아려 자기 집을 팔겠다고 나섰다. 마침 술집 옆에는 열다섯 평 정도 되는 빈 땅도 있었다. 이 땅에는 추도비를 세우고 술집은 조금 손질해서 자료관으로 쓰면 될 터, 위치도 강둑 바로 아래여서 추도식장과는 2차선 제방도로만 건너면 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벅찬 감동속에 추도비 제막식을 하고 600명이 참석한 기념 콘서트도 열었다. 문제는 추도비의 관리였다. 혹시 극우단체의 공격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다시 스미다구의 문을 두드렸다. 지자체 차원에서 공식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에 책임을 지라"는 촉구이기도 했다. 스미다구 쪽은"증거 자료가 없다"며 이 요구 또한 거부했다. 결국 니시자키는 추도비를 지키기 위해 살던 집을 나와 자료관에서 먹고 자기로 했다. 추도비를 건립하고나서부터 그는 정말 산소 지기가 되었다. 자료관은 선술집 건물이어서 난방도 시원찮고 잠자리도 불편했다. 니시자키는 기꺼이 감수했다. 다만 손빨래까지 하긴 어려워 세탁기는 들여놓았다.

문제는 산소 지기를 하는 동안 니시자키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점이다. 50대에 접어든 중년 남자가 자료관에서 혼자 끼니와 잠자리를 해결해야 하니 그 형편이 오죽했겠는가? 식비를 아끼겠다고 편의점 도시락조차 안 사 먹고 스스로 해 먹었지만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이렇게 자기 몸을 돌보지 못했으니 유전력으로 고생했던 녹내장에 백내장이 겹치고 2014년에는 급성심근경색까지 앓게 되어 한때 위험했었다.그런 몸을 돌보지 않고 자료관에서 먹고 자며 니시자키가 새롭게 시작한 것이 이란 책을 펴내는 작업이었다. 추도비가 세워지니 이곳은 꼭 들려야 하는 역사탐방 장소가 되었다. 그는 자료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소중한 얘기를 나누고 놓칠 수 없는 증언도 접했다.

"아라카와역 남쪽에 온천지라는 큰 연못이 있었어요. 헤엄도 칠 수 있는 연못이었고요. 쫓기던 조선인 7, 8명이 거기에 뛰어들어갔는데 자경단이 총을 가지고 쐈단 말이에요. 그쪽에 가면 그쪽에서 이쪽에 오면 이쪽에서 쏘고 마침내 죽여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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