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인간들이 밀집한 도시의 모든 시스템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악하다’는 성악설에 기반해 설계해야 한다는 게 보이지 않는 도시 지은이의 생각이다.
‘사람이 먼저인 도시’의 가능성 파리 18구 생뱅상 공동묘지. 파리에는 구마다 공동묘지를 두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는 공원이다. 한국 공동묘지는 혐오시설이다. 왜 그럴까. 을유문화사 제공 보이지 않는 도시임우진 지음 l 을유문화사 l 1만6500원 건축은 글쓰기와 흡사하다. 설계도는 기승전결, 자갈과 콘크리트는 단어, 벽은 문장, 건물은 완성된 글. 그리고 건축가는 글쟁이라고 하려니 그건 좀 아니다 싶다. 근년에 등장한 글 쓰는 건축가 가운데 ‘글쟁이 건축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를 쓴 임우진. 프랑스 유학 뒤 그곳에 정착해 20년 넘게 활동해온 건축가다. 피렌체 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 디자인 부문 최고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상’을 두 번 연속 받았다. 도미니크 페로와 함께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를 설계해 국내서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그가 쓴 첫 책이라는데, 읽어나가다 뒤돌아 다시 보고, 다 읽고는 첨부터 다시 읽었다.
학교보다 길에서 건축을 배웠다고 할 정도다. 어느 건널목을 겨눈 몰래카메라. 운전자 대부분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곳. ‘양심 냉장고’를 받을 ‘양심 운전자’는 없었다. 철수하려던 새벽녘. 정지선 앞에 홀연히 멈춘 소형차, 지체장애인 부부.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 진행자 질문과 “내가… 늘… 지켜…요”라는 대답. 첫 꼭지 ‘왜 그 차만 정지선 앞에 멈췄을까’ 첫머리에 든, 나도 기억하는 일화다. 나라면 정지선을 지켰을까? 낮이라면 모를까. 휑한 거리, 신호등이 기능을 잃고 통행 방해물이 되는 새벽녘에? 난 아니다. 차도 없으려니와 혹시 있다 해도 양심 냉장고 타기는 글렀군 하고 씁쓸했던 기억.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니. 뭐 저따위 질문이 다 있어? 약간의 마음 찔림을 일순 덮어버렸던 분개. 지은이는 엉뚱한 데로 향했던 분개의 정체를 규명해줬다. 프로그램 자체가 잘못 설계된 거였다. 대부분이 신호등을 무시한다면 양심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명징한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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