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는 커튼을 열어둔 채 알몸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한계치만 넘지 않으면 ‘술병을 끼고’ 차를 운전해도 괜찮다.
빡빡한 사회는 체계가 잡혀 있어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공통된 시각과 경험을 가질 확률이 높아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느리지만 협력이 수월하며 자제력이 강하다. 느슨한 사회는 예측할 수 없고 무질서하다. 대신 구성원들이 변화에 열려 있고 창의적이다. 싱가포르의 거리는 전형적인 빡빡한 사회의 모습을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모든 사회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러니까 사회규범이란 것이 있다. 이 ‘선’을 넘으면 가볍게는 비난을 받고, 무겁게는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 선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다르다. 어떤 사회에서는 용인되는 일이, 어떤 사회에서는 금기가 된다.
20년동안 문화와 심리학을 연구해 온 미셸 겔펀드가 쓴 는 지구상의 모든 사회를 ‘빡빡한 사회’와 ‘느슨한 사회’로 구분한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어떤 사회에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빡빡한 사회와 느슨한 사회는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 빡빡한 사회는 부유하고, 느슨한 사회는 가난한 것도 아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빡빡한 사회는 체계가 잡혀 있어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공통된 시각과 경험을 가질 확률이 높아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느리지만 협력이 수월하며 자제력이 강하다. 느슨한 사회는 예측할 수 없고 무질서하다. 대신 구성원들이 변화에 열려 있고 창의적이다. 다만 자제력과 협동심은 낮다.
이런 영향은 국가 단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사회의 계층 내에서도 발생하고, 개인도 영향을 받는다. 생활에 걱정이 없는 상류층은 여러 사회적 이슈에서 ‘느슨한 규범’을 지지하는 반면, 하류층은 더 강력한 규범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도 ‘빡빡함-느슨함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겔펀드는 “빡빡한 나라의 국민들처럼, 하류층은 위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월세를 내지 못하면 어쩌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어쩌나, 집과 직장에서 쫓겨나면 어쩌나,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못 받으면 어쩌나, 먹을 것이 떨어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할 일이 더 많다. 또한 그들은 더 위험한 동네에서 산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