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AI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 활용되고 사업화되는 경우가 적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식재산 패키징 전략을 통해 AI 기술 이전 및 미래 시장 창조를 위한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를 강조한다.
세계에는 2만개의 대학이 있다고 추정되며, 이들을 대상으로 세계 100대 대학을 선정하는 주요 기관은 네 곳입니다. 어느 한 기관에서라도 세계 100대 대학이라고 선정한 곳은 147개입니다. 필자는 최근에 147개 대학을 대상으로 2000년에서 2023년까지 미국특허청에 출원한 인공지능(AI) 특허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누적 출원 건수가 많은 톱10에는 미국 7개, 한국 2개, 중국 1개 대학이 포함되었는데 캘리포니아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카이스트 순으로 상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의 대학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결한 이후인 2018년부터 AI 특허 출원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대학이 출원한 AI 특허 건수는 미국 대학에 비하면 적지만 다른 국가에는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에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AI 비즈니스 메소드 특허가 부족합니다. AI 특허 는 기술과 활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술에 집중한 특허는 알고리즘이나 AI 모델에 관한 발명이 많으며 데이터 기술도 포함합니다. 활용에 집중하면 비즈니스 메소드 특허라고 부릅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명이 많습니다. 미국 대학은 기술만이 아니라 활용에 관해서도 AI 특허 출원에 힘을 쓴다. AI 특허 출원 건수가 많은 미국 대학에서는 평균적으로 전체 출원의 10%는 비즈니스 메소드 특허가 차지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학은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둘째, 한국은 AI 특허의 기술 이전이 부족합니다. 특허 건수 대비 기술 이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단연 스위스입니다. 스위스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2024년까지 14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할 만큼 대학 특허의 기술 이전이 활발하며 산학협력 체질이 강합니다. 한국의 대학이 약점을 해결하려면 지식재산(IP) 패키징 전략이 필요합니다. IP 패키지는 1차 IP와 2차 IP를 결합한 지식재산 번들입니다. 1차 IP는 특허가 대표적인데 독점적 권리가 인정되는 지식재산입니다. 특허는 기술을 독점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특허는 기술 이전과 미래 시장 창조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특허로 기술을 독점한다고 해서 상품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시장이 혼자 생기지도 않습니다. 특허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미래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위해 2차 IP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 적용 사례, 유스 케이스, 사업 모델, 특허 포트폴리오, 특허 가치평가, 기술 로드맵과 해설서 등이 대표적인 2차 IP에 해당합니다. 2차 IP는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기 쉽게 하며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돕는다. AI 기술을 활용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1차 IP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장 관점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사업 모델을 설계하는 2차 IP가 필요합니다. IP 패키지는 과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차 IP는 씨앗에 해당하고 2차 IP는 과즙에 해당합니다. 씨앗이 없으면 과일을 재배할 수 없고 과즙이 없으면 과일을 먹는다는 현실적인 가치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국 대학은 AI 1차 IP가 증가하고 있지만 2차 IP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1차 IP로 기술의 독점권을 확보하고 2차 IP로 미래 시장을 창조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IP 패키지는 고객이나 투자자에게 기술의 본질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으며 기술 이전 과정에서 대학의 협상력을 높이는 무기가 된다. 대학은 IP 패키지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과 미래 시장을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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