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1979년 4월 여덞 살 때 지은 시를 읽어내려가면서 시작한 강연에 수백명 청중은 귀를 기울였다. 6개 노벨상 중 문학상 수상자만 한림원에서 연설을 한다. 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1979년 4월 여덞 살 때 지은 시를 읽어내려가면서 시작한 강연에 수백명 청중은 귀를 기울였다. 6개 노벨상 중 문학상 수상자만 한림원에서 연설을 한다. 한강 작가의 연설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표가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다음은 한강 작가 강연문 전문.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세번째 장편소설인 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나는 그렇게 몇 개의 고통스러운 질문들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더이상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다섯번째 장편소설인 은 그 질문에서 다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말을 잃은 여자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는 각자의 침묵과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나아가다가 서로를 발견한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촉각적 순간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손톱을 바싹 깎은 여자의 손이 남자의 손바닥에 몇 개의 단어를 쓰는 장면을 향해 이 소설은 느린 속력으로 전진한다. 영원처럼 부풀어오르는 순간의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
그후 1년 가까이 새로 쓸 소설에 대한 스케치를 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하나의 겹으로 들어가는 소설을 상상했다. 그러다 망월동 묘지에 찾아간 것은 같은 해 12월, 눈이 몹시 내리고 난 다음날 오후였다. 어두워질 무렵 심장에 손을 얹고 얼어붙은 묘지를 걸어나오면서 생각했다.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 이후 광주뿐 아니라 국가폭력의 다른 사례들을 다룬 자료들을, 장소와 시간대를 넓혀 인간들이 전 세계에 걸쳐, 긴 역사에 걸쳐 반복해온 학살들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열다섯 살의 소년 동호가 시신들 위로 흰 천을 덮고 촛불을 밝힌다. 파르스름한 심장 같은 불꽃의 중심을 응시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글쓰기 루틴: 읽기와 걷기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소설을 쓸 때 매일 걷기와 읽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이 루틴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와 세상과의 연결을 유지합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강 작가의 걷기와 읽기: 창조의 충전법한강 작가는 소설을 쓸 때 걷기와 읽기를 통해 창조적인 충전을 한다. 그는 매일 책을 읽고 걷기와 함께 운동을 하며 창조적인 일상을 유지한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강 작가의 걷기와 읽기한강 작가는 소설을 쓸 때 매일 걷기와 읽기를 통해 충전을 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 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일문일답] 노벨문학상 한강 '나 아닌 문학에 준 상…부담없이 계속 쓸 것'(스톡홀름=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6일(현지시간) '이 상은 문학에 주는 것이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강 작가가 소설 쓸 때 따르는 루틴한강 작가는 글을 쓸 때 '읽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활동들은 그녀에게 '충전'을 가져다주며,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이는 그녀가 단순히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이상의 작업을 필요로 함을 강조합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갑작스런 상황서 스스로 판단할 힘 주는게 문학'한강, 스웨덴 한림원 공식회견'채식주의자' 유해도서 낙인작가로서 가슴이 아픈 일'제2의 한강' 배출하려면문학 읽는 근육을 길러야노벨상 기증 물품은 '찻잔'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