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은 작가의 깊은 사색과 예술적 철학을 보여줍니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의 관계, 그리고 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강조됩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작품으로 말한다. 하지만 작가의 견해를 직접 드러낸 글에서 감동할 때도 있다. 얼마 전 한강 작가 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 이 그런 사례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작품을 쓰게 된 과정과 준비하면서 느꼈던 작가의 마음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하지만 나는 그 강연문 을 읽으면서 작가가 밝혔던 여러 감회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상황과 공명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0월 노벨위원회가'인간 삶의 연약함'을 탐구한 한강의 작품에 상을 수여할 때만 해도 불과 두 달 뒤 한국에서 이런 주제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성을 지니는 것이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강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아래 )나 1948-49년 제주 항쟁을 다룬 (아래 )가 보여주듯이 오랫동안 폭력 피해자 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고 느꼈던 순간 강연문에는 작가가 썼던 작품에서 폭력과 그 피해자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상세히 담겼다. 과 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과거에 벌어졌던 참혹한 사건을 만난 것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작가는 밝힌다.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 이후 광주뿐 아니라 국가폭력의 다른 사례들을 다룬 자료들을, 장소와 시간대를 넓혀 인간들이 전 세계에 걸쳐, 긴 역사에 걸쳐 반복해 온 학살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렇게 자료 작업을 하던 시기에 내가 떠올리곤 했던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이십 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쪽에 적었던 문장들이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 구절은 을 쓰기 위해 한강이 들인 준비와 공력의 깊이를 보여준다. 소설을 쓰기 위한'자료 작업'이 곧 좋은 소설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충실한 조사와 공부, 탐구가 없이 관념으로만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없다. 작가는'을 쓸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살 생존자들의 증언들을 읽고 자료를 공부하며,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잔혹한 세부들을 응시하며 최대한 절제하여 써간 을 출간'했다고 밝힌다. 이 구절은 한강 작품 세계의 핵심을 요약한다. 작가는 묻는다.'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어서 작가는 이 물음을 바꾼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 공동체에 참가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바로 지금 눈앞에서 매일 보고 있는 내란사태의 반향을 느낀다. 지난 한 달 동안'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하나만 꼽자.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데 동원되었던 특정 군부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학살의 직접 집행자였다는 추한 이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내란사태에 동원되었던 군인들은 수십 년 동안 벗어보려 했던 오명을 다시 덮어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나는 국회 진입 과정에 동원된 군인들이 주저한 데는 이런 광주가 남긴 끔찍한 기억이 작용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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