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 안 되면 마을학교 문 닫는답니다 마을_한글_학교 이상자 기자
요즈음 마을 학교 수업에 불안한 마음을 안고간다. 아픈 학생들이 많아서 결석자가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을 학교에 도착하면 신발 수부터 재빠르게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도 신발 수가 적은 것을 보니 '아직 아프시구나' 내 마음마저 아파진다.
5월엔 교과서 마칠 때까지 수업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 달부터 방침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단다. 2주 앞두고 연락하면서 새 규칙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어르신들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며 치료하느라 결석인 것을. 그분들이 언제 몸이 회복되어 학교에 오실지 어떻게 알겠는가. 담당 주무관의 말이 갑작스러워 나도 당황했다. 그만둬야 할 시기를 2주 남기고 수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하자니 난처하다. 담당 주무관의 말을 빨리 전해야 어르신 학생들도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공부 시작할 때 중단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할까, 수업을 마치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음 수업 날에 전해야 할까 고민하며 마을 학교 교실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최 학생이 말했다.늦게 입학한 최 학생은 글자를 띄엄띄엄 읽을 수 있게 돼 아주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 결석자가 많아 최 학생이 더 걱정하는 것이다. 마을 학교의 적정 인원수 미달로 그만두게 된다는 말을 지금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분들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을 뗐다.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어디 다른 곳에 공부할 수 있게 보내달라는 최○○ 학생. 2권만 공부하면 졸업인데 너무 아쉽다는 기○○ 학생. 이제 배우러 못 다녀서 안타깝다는 정○○ 학생.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공부 열심히 하자고요. 이 말은 스피노자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도 하고 마틴 루터 일기장에 있던 말이라고도 해요. 이 말처럼 세 번 남은 수업이지만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하던 공부는 계속해서 하자고요. 자, 26페이지 문제를 풀 차례지요. 문제를 풀기 위해 24페이지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 본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볼게요."이번 단원의 문제는 다행히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다. 오늘처럼 무거운 날 안성맞춤이다. 1번 문제는 '밀양 아리랑'을 불러보기다. 내가 책상을 두드려 장단을 치고 학생들이 노래를 불렀다. 당신들이 잘 아는 노래를 소리 내 불러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