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장르나 형식을 떠나 국내 영화감독 가운데 홍상수 감독만큼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는 감독은 보기 드물다. 누군가는 그가 오래전부터 구축해 온 자신만의 스타일 혹은 형식이라는 것이 큰 자본 없이도 짧은 회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완성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
장르나 형식을 떠나 국내 영화감독 가운데 홍상수 감독만큼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는 감독은 보기 드물다. 누군가는 그가 오래전부터 구축해 온 자신만의 스타일 혹은 형식이라는 것이 큰 자본 없이도 짧은 회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완성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만으로 흠집을 내기는 부족하다. 적절히 구축된 환경 속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창작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단순히 최근 10년의 기록만 계산해 봐도 20편에 가까운 작품을 연출했다. 작가 및 연출자로서의 능력만 보자면, 그는 현재 어떤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전임이 맡은 수업의 촌극에도 애초에 연출은 있었다. 문제는 그 연출을 맡았던 준원이 7명의 학생 가운데 3명과 동시에 만난 사실이 드러나며 팀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사이에 연극을 도맡게 된 시언과 10년 만에 만난 외삼촌과 어색하면서도 반가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전임, 그리고 시언의 오랜 팬이자 전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정 교수는 그렇게 영화 곳곳을 떠돌며 이 작품의 장면들을 그려낸다.홍상수 감독의 많은 작품들이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도 인물들의 사건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영화의 처음에서 왜 하천 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등장하는지, 그 장면은 왜 반복해서 등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중반부 이후 몇 차례 등장하는 밤하늘의 달을 포착하는 장면이나 전임이 술자리를 떠나 학교로 돌아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커다란 낙엽과의 호흡이 담긴 신을 주목해 봐야 한다. 이 장면들은 모두 정의 방향이나 위치에 속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통해 홍상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과 역의 이분법적 구분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에서 일방적인 피해자처럼 그려지던 시언 역시 과거 자신이 실수했던 바가 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고, 연출 준원에 의해 거짓된 사랑의 피해자가 된 세 학생 중 하나인 지수는 다시 찾아온 그의 고백 앞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을 줄 모른다. 작품 속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크고 작음에 있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반합'의 과정에 놓여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과거를 딛고 성장해 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처럼 다가온다.나머지 네 학생과 시언이 함께 준비한 촌극이 무대에서 선보여진 뒤 이어진 뒤풀이 장소의 장면은 같은 맥락에서 찍힌 온점과도 같다. 시를 지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시언의 제안에 네 학생은 한 명씩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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