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하롱 꽃비 속에서, 해마다 열리는 야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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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하롱 꽃비 속에서, 해마다 열리는 야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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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중앙공원 현충탑에서 30년째 이어온 교사의 특별한 야외수업 이야기.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 후 꽃잎이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뒷산에 올라 이형기의 시 '낙화'를 낭송한다. 가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것의 아름다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꽃답게 죽는 청춘의 의미를 벚꽃이 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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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숙제하듯 아이들과 학교 뒷산에 올라 야외 수업을 한다. 일년에 한번 딱 일주일 정도 우리 앞에 펼쳐지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벚꽃 명소가 전국에 많고 많지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 명소가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처인구 중앙공원에 있는 현충탑이 그곳이다. 내가 처음 부임했던 30년 전에도 벚꽃은 절경이었다. 그때보다 두 배쯤 자란 벚나무는 해마다 우리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을 선물한다. 벚꽃은 피어날 때도 아름답지만 꽃잎을 떨굴 때가 더 아름답다. 그래서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막 넘겨서야 우리의 야외 수업은 시작된다. 이런 아름다움은 며칠이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때를 최대한 잊지 말고 맞춰야 한다.

학교에서 뒷산까지는 10분 남짓. 도착하자마자 벚꽃은 기다렸다는 듯 흐드러져 있다. 이곳 현충탑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념하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웃고 떠드는 것은 삼가 달라는 당부를 미리 한다. 아이들은 내 말을 참 잘 알아 듣는다. 산에 오르는 힘든 발도 쉴 겸 기념 촬영을 먼저 하고, 잠시 묵념을 하는 시간도 가진다. 역시 아이들은 잘 따라 준다. 꽃비 속 야외 수업 AD 산업도로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우리의 야외 수업이 시작된다. 이곳 그늘에 앉으면 벚꽃이 잔잔히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꽃비가 내린다. 저 멀리 도시의 소음이 들리지만, 고요 속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햇살을 품은 봄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내 인생 시 한 편을 낭송해 준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내가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다. 그때만 해도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다. 이곳에 앉아보니 알겠다. 가야할 때를 그냥 아는 게 아니라 '분명히' 알고 가야 한다.수많은 인생이 그걸 모르고 가진 걸 붙들어 두려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밀려가지 말고. 그게 진짜 아름다운 거다. 이 그늘에 앉아서 나는 오는 것보다 가는 것이, 만남보다 이별이, 삶보다 죽음이 더 아름워야 함을 깨닫는다.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떠나갈 때, 그 '결별'이 왜 '축복'이 될 수 있는지도 알았다. 바람이 불면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낙화가 왜 '분분'한지 알았고, 바람 없는 곳에서 꽃잎은 그야말로 '하롱하롱' 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꽃과 같을 수는 없다.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운 꽃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 결별은 영원한 상실이 아니라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날을 위한 것이기에, 그날을 위하여 우리의 '청춘은/ 꽃답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일장연설의 야외수업은 계속되고 아이들은 듣는 건지 안 듣는 건지 그 시선을 무연하게 계단 아래로 펼쳐지는 꽃비에게로 보낸다. 오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추며 볼을 간지럽힐 때쯤 우리의 야외수업은 마무리된다. ​ 이제 며칠 후면 현충탑의 벚꽃도 계절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기다려 아이들과 이 길을 오를 것이고, 이 계단에 앉아 이형기의 낙화를 읊조릴 것이다. 나는 이대로 늙어갈 테고, 이 풍경에 한번이라도 앉아보았던 우리 아이들은 두고두고 분분하게 하롱하롱 지는 꽃잎의 봄날을 기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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