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의 행복디자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 ①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 루트를 걸었다. 갑자기 생긴 5월 한 달을 어찌할까 고민 끝에 내린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걷기 좋다는 4~5월 중 4월은 이미 다 간 이후였고, 이래저래 완주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일단 걸어서 갈 수 있는 만큼 가다가 중간에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 아닌 데다, 올 2월 말 허리를 다친 경험, 잊을 만하면 속을 섞이는 무릎 때문에 며칠은커녕 하루 만에 포기할 수 있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나는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었을까?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내가 만났던 외국인들은 주로 정년 퇴임 이후, 평생을 가족 혹은 일을 위해 살아왔던 삶에서 벗어나 다른 것, 특히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큰 병을 이겨낸 이후 온 사람도 있었다. 내가 만났던 한국인들 중에는 가족, 배우자, 연인,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별이라는"큰일"을 겪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친구들은 직업, 진로,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유럽인들은 완주보다는 나처럼 기간을 정해두고 걷는 사람이 많았고, 한국인들은 100% 완주를 목표로 했다. 한국에서부터의 거리, 비용,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의 일부를 걸었고, 또 가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가 노하우를 물어 온다면 짧은 경험이나마 성실하게 답해 주고 싶다. 예상대로 순례길에는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많았고, 화려한 메이크 업을 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생중계를 하며 걷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잠시 머리가 복잡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다양한 이유로 행복했다. 순례길을 마친 다음,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정리해 봤다. 쓰다 보니 하염없이 길어져서 일단 4가지만 소개한다.프랑스 루트는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트에서 출발한다. 첫날, 거리는 25km지만 올라야 할 해발 고도가 1400m다. 길바닥에 코를 박을 것 같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끝도 없이 올라가야 한다. 순례길에 다시 나선다 해도 이 코스만큼은 피하고 싶다. 만약 이 길을 또 걷기로 결심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 걸어서 국경을 넘기 때문이다.
동서독 분단 시절을 기억하는 독일 친구들, 최근 브렉시트를 통해 다른 이유로 국경을 인식하기 시작한 영국 친구들과 내 첫날의 감정을 나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국적, 인종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몇 시간 만에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순례길을 떠난다면 포르투갈 루트를 선택하고 싶다. 100km라 5일이면 걸을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으며, 프랑스 루트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다양한 매력에 더해, 걸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보통 하루에 20km에서 30km를 걷는다. 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해 6~7시간을 걸어 다음 숙소에 도착했다. 대부분은 4km마다 작은 마을이 있어 그곳에서 아침, 점심을 먹으며 쉬고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10km가 넘도록 마을이 없는 코스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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