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경험은 차후 참사 보도에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인가?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오래전 나는 회사 화장실 변기에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었다. 사회부 수습기자 첫날,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무명 연극배우의 얼굴 사진을 구해오라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소는 눈물바다였고 유족은 사진 제공을 원치 않았다. “그림 없이 무슨 기사가 되냐, 영정 사진이라도 들고 왔어야지!”라는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비극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일 때 소구력이 더 크다는 소리였을 것이다. 나는 화장실로 숨어들어 잘 모르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비극을 얼마나 더 접하고 어디까지 들춰내야 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당일 밤새 잠들지 못하고 사고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다가 오래전 그날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간 언론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몇몇 언론은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상세히 보여주려 했다.
여론 통제라는 반발에 따라 이 규정들은 완화되었지만, 언론은 여전히 희생자의 주검을 보도하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다. 다른 한편 언론이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현실을 왜곡·미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전설적인 분쟁 전문기자 마리 콜빈은 “우리는 역사의 첫 번째 기록을 전달한다”라며, 갈기갈기 찢긴 시신을 보여주면서라도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을 촉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적나라한 시각자료 사용 금지’ 조항 추가하면 끝인가? 참사 보도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에서 이처럼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희생자의 존엄,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권리 중 무엇이 ‘더 큰 선’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3월7일 관행을 깨고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해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가족 얼굴이 담긴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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