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푸틴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핵카드를 꺼낼 것인가? 📝 정재민(편집위원)
“핵 충돌은 한때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한 영역으로 다시 들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전담하는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특별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내놓은 공개적 경고다.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전략폭격기 비행단 등의 지휘부가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현 단계에서 핵 경계수위를 상향 조정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서둘러 공식 반응을 내놓은 까닭은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군 피해가 급증할수록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화학무기, 심지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는 분위기다.
핵무기 사용 ‘문턱’ 대폭 낮춘 러시아 주목할 만한 사실은 러시아가 2014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직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게 되면서 핵무기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춰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전까지 러시아는 국가의 생존 자체가 위험할 때만 최후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 장군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는 핵무기를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무기가 아닌 실용적 무기로 간주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예로 그는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원전을 공격해 방사능 노출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도 태연한 모습을 꼽았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적군을 후퇴시키거나 항복을 강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나름의 핵 독트린을 채택한 뒤 야전에서 꾸준히 실행 훈련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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