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골육종, 발달장애... 어느 엄마의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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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양서 7권이나 쓴 작가에서 '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로 거듭 난 김종옥

오른쪽 눈이 한 시간 전부터 부옇게 흐려진다. 이제 시작인가? 김종옥은 창틀에 잡아매듯 굵은 커튼을 드리웠다. 형광등 밝기를 낮춘 거실은 어둑하다. 그는 소파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욕실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현관 밖에는 멀어져가는 발소리. 그는 두 눈을 매만지다 햇빛 한 점이 실내로 들어오는 기미에 눈을 떴다.

그럴 때 다가온"자폐성이 있다"는 의사의 한마디가 폐부를 찔렀다. 마구 울었다. 흐르는 눈물 앞으로 안개 가득한 겨울 강이 펼쳐졌다. 강을 건너야 하는데 차가운 바람이 세차고 온통 살얼음이어서 발을 디딜 때마다 깨져나갔다. 끝도 없는 죽음의 행렬, 장애인부모연대는 상복이 일상복이 되었고 추도식을 멈출 수 없었다. 발달장애인 부모연대는 수십 년간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 왔다. 2016년에는 서울시청 후문에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같은 제도 시행을 요구하며 42일이나 농성을 벌였다. 2018년에는 1800여 명이 삼보일배를 하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했다. 올해 6월 14일에는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 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내걸고 용산역부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장애인부모연대에 젊은 활동가가 많지만 취지를 살리려면 경험이 풍부한 회원이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들 했다. 김종옥은 받아들였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맡겠노라 시작한 게 어느덧 52회차. 휴일이 겹쳐 건너뛴 것을 감안하면 1년이 넘었다. 긴 수술을 마친 후 첫 드레싱을 하는데 턱뼈 안에서 끝없이 거즈가 나왔다. 의사는 턱뼈를 잘라내는 대신 어금니 세 개를 뽑고 썩은 부위를 모두 긁어냈다. 남은 부위는 계란 껍질 두께의 턱뼈 아랫부분뿐! 의사는 자그만 충격에도 부러질 터이니 조심하라고 되풀이 당부했다. 이날 마지막 순서는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24살의 발달장애 청년 홍기림의 발언, 그는 엄마 손을 잡고 집회 내내 주변을 헤매듯 오갔는데 마이크를 잡더니"여자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요. 함께 카페에 갈래요"하며 해맑게 웃었다. 참가한 부모들은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발달장애인부모가 가장 소망하는 부분이 아이들이 일터에 나가 자립하는 것과 함께 이성 친구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외롭지 않기를 절절히 바란다. 김종옥은 이 청년이 발언을 끝내자 더 뜨겁게 박수를 요청했다.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앞이 떠나갈 듯 함성이 울렸다. 김종옥은 심한 구토를 마치고 고통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예전에는 구토가 하루 종일 계속된 적도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처방 받은 약이 몸에 잘 들었다. 마약성진통제여서 일 년에 딱 20알만 처방되는데 3주 간격으로 찾아오는 녀석에게 안성맞춤이다. 전조 증상이 오면 한 알을 먹고 짧고 가볍게 지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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