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 불안감 속, 은행 펀드 인기상승. 저위험 펀드 판매 활발
1년 만에 20% 증가한 73조원 채권· S&P500 펀드로 몰려 비이자수익 확보나선 4대은행 펀드추천 등 관련서비스 구축 채권이나 미국 대표 주가지수 등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에 작년에만 13조원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증시와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투자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판매하는 비교적 안전한 펀드를 통해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재작년에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등 사태가 있었기에 저위험 펀드 상품 위주로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펀드 수신 잔액은 73조596억원이다. 전년말 59조9957억원에서 2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예금 잔액이 10%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적금 잔액은 13%가량 빠진 것과 달리 펀드 투자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4대 은행의 연말 기준 펀드 잔액이 70조원을 넘은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은행 펀드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2022년에만 13조원가량의 자금이 이탈하는 등 외면받았다. ELS 사태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미국 주식시장 강세 등으로 은행을 통한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가 낫다는 판단이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다시 은행 펀드의 인기가 상승한 건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가 정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 인하하는 등 예금의 매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이에 은행은 예·적금 중심의 거액 자산가와 법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안정성이 높은 펀드 상품을 추천하며 집합투자 판매 증대를 이뤘다. 은행에서 많이 판매되는 펀드는 주로 채권형이다.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예금보다 높지만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다. 1년 만에 펀드 잔액을 35% 늘린 하나은행 투자상품부는 “최근 은행에서 펀드 판매가 증가한 것은 단기채·채권혼합형 등 채권 중심의 상품 판매 확대에서 비롯됐다”며 “글로벌 증시 호황에 대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모주 관련 상품을 일부 포함하는 채권혼합형 상품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중장년 고객들은 S&P500 등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도 많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지 않고, 은행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건 거래 편의성에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만약 고객 스스로 역외 펀드에 투자하면 환전 등을 직접 해야 해서 번거롭다”면서 “은행에서 간접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본인 명의 계좌의 원화로 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환헤지가 가능한 상품을 선택해 원화값 변동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에서의 펀드 판매 증가는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코스피는 글로벌 투자 시장 훈풍에 함께 타지 못하고 급등락을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 탈출한 개미 투자자 중 다수가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일부는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비이자이익 증대 등 수익 창구 다변화를 목표로 삼은 주요 은행들도 원금 보장형 등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펀드에 대해 판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고객이 펀드 이름을 모르더라도 관심 종목만으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펀드지식검색 서비스를 구축했다. 추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화형 추천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상품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위해 ‘케이봇쌤 AI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AI를 통해 금융시장과 자산군 선호도 등을 분석해 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가입은 물론 향후 리밸런싱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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