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모에게 온 전화였다. '야! 빨리 한국 들어와라. 엄마가 혼자 이름도 모르는 요양사 옆에서 돌아가시게 생겼다!'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여행 가방을 꺼냈다. 캐나다 공항에서 가장 빠른 티켓을 끊어서 한국에 돌아왔다. 내가 엄마집에 들이닥치자 24시간 요양보호사는 도망치듯...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여행 가방을 꺼냈다. 캐나다 공항에서 가장 빠른 티켓을 끊어서 한국에 돌아왔다. 내가 엄마집에 들이닥치자 24시간 요양보호사는 도망치듯 집을 나가버렸다. 파킨슨 초기 환자와 요양사 둘만 있는 집에서 환자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거라고 믿은 내가 순진했다.그날로 캐나다 생활을 접고 엄마 돌봄 생활이 시작됐다. 흰죽만 얻어먹던 엄마는 내가 끼니마다 해 드리는 새로운 반찬에 눈에 띄게 기력을 회복했다. 부축이 필요하긴 했지만 매일 나가는 산책도 엄마를 조금씩 살아나게 했다. 그렇게 엄마와 7년을 보낸 올해 2월, 나는 엄마를 요양원에 보냈다. 엄마가 94세, 내가 67세 되는 해였다.
어머니는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지금까지 존재 해왔던 나를 버리고 여자에서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다. 아기에 대한 사랑은 나만의 성공을 향한 욕망과 이기심과도 이별을 요구한다. 나를 앞세우기 전에 너를 위하는 마음,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행동으로 바뀌어 가는 마법이다. 그렇게 너를 위하여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삶이 내가 아는 어머니의 사랑이다.아프고 지친 몸으로도 자식 걱정 뿐이던 어머니를 보며, 나는 사랑이란 결국 온전히 자신을 비워내는 일임을 배웠다. 그 시간이 힘겹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후회는 없었다. 7년은 내가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세상의 시계 바늘을 멈출 수 있었던, 한없이 고요하고 따뜻한 순간들이었다.
어머니를 발견하자 마자 한걸음에 달려가"엄마! 엄마! 엄마!" 이제 말을 배운 아이처럼 엄마를 끝없이 불러댄다. 톤을 높였다 낮췄다, 엄마의 눈길 한번 받으려 온갖 재롱을 담아 안달을 부린다. 그 순간 만큼은 오로지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고 엄마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던 어린 아이가 된다.내가 부산스럽게 신나서 노래하듯 조잘대면 미동도 없던 어머니의 몽롱하던 눈빛에 생기가 돌고 드디어 나를 알아본다.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이려 안간힘을 쓰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본다. 온 세상을 다 가진들 그 순간만큼 가슴 뭉클할 수 있을까! 벅찬 마음으로 어머니를 가만히 안아본다. 이제 어머니는 내 품에 쏘옥 안기는 작디 작은 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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