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본질과 그 체제에 순응하는 지식인을 고발하다 순응자 순응주의자 알베르토_모라비아 베르나르도_베르톨루치 비토리오_스토라로 김상목 기자
1959년, 유태인으로 무솔리니 파시즘 정권시절에 탄압을 받았던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이후 본인의 대표작이 될 장편소설을 출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릴 적 발견한 자신의 특이성을 애써 부정하면서 사회적인 주류로 정상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하지만 그가 쫓는 정상성은 기껏해야 당시 이탈리아를 장악했던 파시즘 체제에 순응하는 것뿐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일생을 담은 소설은 큰 화제를 불러왔고, 이탈리아의 독특한 '참여문학' 효시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11년 후인 1970년, 갓 29살 청년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각색을 거쳐 로 영화화하기에 이른다.동 시기에 유럽의 미래 거장이 될 운명을 지닌 다수의 감독들이 다양한 형태로 체제에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일련의 작품군은 단순히 목적의식이 앞서는 선전선동 목적 '프로파간다'에 그치지 않는다.
원작소설은 주인공 마르첼로가 13살-34살-40살 전후에 겪는 사건을 연대기 형태로 풀어낸다. 그런 시간 흐름에 따른 세분화된 서술을 통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순응주의자'로 완성되는지 곁에서 지켜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분량 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4살 시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주인공의 13살 청소년기는 수시로 삽입되는 회상 형식으로, 40대가 된 후반부는 에필로그에 가깝게 축약된 형태로 공개된다.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은 한글번역본 460여 쪽 훌쩍 넘어가는 원작을 충분히 잘 압축해 놓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정서적 결핍과 그가 겪었던 충격적 사건 이후 후유증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13살 전후 상황들이 아쉽게도 많이 빠졌다. 그리고 결말부도 영화적 각색이 일부 이뤄졌기에 원작과는 일부 상이한 변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마르첼로는 줄리아와 함께 파시즘이 지배하는 로마에서 파리로 향한다. 마치 유럽 전체의 수도와 같은 이 유서 깊은 도시는 우아한 동경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유럽 열강 중에서도 이류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던 이탈리아에서 막 도착한 이들 일행은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마르첼로는 점점 임무수행의 중압감에 시달려 파리의 매혹을 누릴 틈이 없다. 하지만 남편의 고민을 알 턱이 없는 줄리아는 파리의 근사함에 매혹되어 넋을 놓을 지경이다. 줄리아가 경탄하며 마르첼로에게 함께 올라가자고 조르는 에펠탑, 그리고 그들이 그런 파리의 명물을 응시하는 전망대 풍경은 마치 좌절한 예술가에서 성공한 정치가가 되고 유럽을 거의 정복하기에 이른 히틀러가 그의 유일한 파리 행차에서 남긴 사진을 보는 느낌으로 다가온다.그렇게 당도한 파리에서 부부동반으로 콰드리 교수의 집을 방문한 이들은 의도치 않게 식사와 무도회 동행에 이른다.
원작과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를 세련되게 포장하는 조화로운 장치들 덕분에 영화가 세상에 선보인지 반세기가 넘게 지났음에도 세월의 흐름은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다들 특색 없이 비슷해 보이는 요즘 영화들 사이에서 이 현대의 고전이 뿜어내는 기운은 더 휘황하게 다가올 지경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와 문제의식이 연결되는 후속작업들로 파헤치고자 했던 기성세대의 무책임함과 그런 시류를 초래한 복잡다단한 사회적 배경들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한 울림을 가진 채 경고를 던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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