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없던 일, 불법파견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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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 노동·교육팀장 지난 8월23일, 고용노동부는 하청·이주노동자 등 노동자 23명을 숨지게 한 경기 화성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의 원·하청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리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

지난 6월24일 화재 사고로 23명이 숨진 지 두달여 동안 공장 가동은 중단되고, 현장은 화재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경석 기자지난 8월23일, 고용노동부는 하청·이주노동자 등 노동자 23명을 숨지게 한 경기 화성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의 원·하청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리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지였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사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리셀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메이셀의 실제 경영자에 대한 영장 신청 혐의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고, 허가받지 않은 파견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는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한 아리셀 대표이사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파견노동자를 공급한 메이셀 실제 경영자에게 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동부의 신청을 받은 검찰의 영장 청구 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검찰은 파견업체가 무허가 파견을 통해 얻은 이익을 ‘범죄수익’이라 일컬으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꽤 오랜 기간 노동 분야를 담당했지만, 파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1998년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몇건이나 있었을까 싶다.

불법파견은 처벌도 약하지만, 애초에 기소되는 사례도 드물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진정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파견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해, 25일 이내에 이행하기만 하면 형사입건조차 하지 않고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 회삿돈을 횡령한 사람이 횡령한 돈을 돌려줬다고 해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돈을 돌려준 사실은 형량을 참작하는 요소가 될 뿐, 이미 발생한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파견을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법 위반 사건에서는 사업주에게 일정한 시정 기간을 주고 기간 내에 시정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나 휴게시간 미부여는 3개월 이내에 시정하면 처벌되지 않는다.이런 ‘조치기준’은 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정리돼 있는데, 이 규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불법파견이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를 키웠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법파견이 산업 현장에 만연하게 된 책임은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와 이를 방치한 노동부에 있다. 정부가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면, 수사권을 가진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하고,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사업주들을 사법처리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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