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3년, 키케로는 생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한다. 한때 로마 공화정을 이끌던 원로원 의원이자 대연설가였던 그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독재적 행보를 비판하는 연설을 열 네번에 걸쳐 쏟아냈다. 그 연설들은 유려하고 논리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진실의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키케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폭정의 칼...
기원전 43년, 키케로는 생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한다. 한때 로마 공화정을 이끌던 원로원 의원이자 대연설가였던 그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독재적 행보를 비판하는 연설을 열 네번에 걸쳐 쏟아냈다. 그 연설들은 유려하고 논리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진실의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키케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폭정의 칼날을 부를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독재는 결코 공화정을 삼킬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두려워한 안토니우스는 용병을 보내 키케로를 처단했다. 돈 냄새를 맡은 용병들은 키케로의 시신에서 머리와 손을 잘라 안토니우스에게 바쳤다. 안토니우스는 키케로의 머리를 광장 높은 곳에 매달았다.그의 시신이 모욕당하던 그날, 키케로가 지키려 했던 공화정의 이상도 함께 무너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죽음으로도 침묵할 수 없었다. 키케로가 남긴 말과 글은 로마와 이후 세대를 움직이는 양심으로 남았다. 안토니우스는 자신이 한 일이 스스로를 두고두고 욕되게 하리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이제 키케로의 야만적 시대는 분명 넘어섰다. 그랬어도 권력의 속성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특히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들을 무시한 채, 자신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계엄령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헌법을 짓밟는 일이다. 계엄령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 특정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대통령 탄핵이라는 절차는 단순히 한 개인의 실정을 처벌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목소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헌법이 권력보다 위에 있다는 선언이다. 탄핵을 지지한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권력의 주체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주체이기를 포기하고 당장의 이득을 따르는 사람들은 후세에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아니, 후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추운 겨울밤, 간절함으로 거리를 지키는 자들에게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한 일이 스스로를 두고두고 욕되게 하리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키케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린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 역시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 계엄령이라는 칼을 빼든 권력을 향해, 그것이 헌법 위반임을 외치는 일은 우리 시대의 공화정을 지키기 위한 키케로적 용기다.권력은 사라질 수 있지만, 정의를 향한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 밤, 광장에서의 떨림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진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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